영풍 의결권 제한하며 회사 측 안건 모두 통과
김광일 MBK 부회장·강성두 영풍 사장 이사회 진입

28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 사수에 성공했다. 전날 영풍의 주식 배당으로 상호주 제한 카드가 무력화될 뻔했으나 주총 직전 고려아연 자회사 선메탈홀딩스(SMH)가 가까스로 영풍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면서 영풍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됐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을 비롯해 3명이 이사회에 새로 진입하는 데 그쳤다.
이날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이사 수 19명 상한 설정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이 출석 주식 수의 71.11%,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 대비 62.83%의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요건으로 출석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충족해야 한다.
이사 수 상한 19인을 전제로 한 8명의 이사 선임은 1월 임시 주총 의결에 따라 집중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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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박기덕 △김보영 △권순범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후보 등 5인이 모두 이사회에 진입했고, MBK·영풍 측은 17명의 후보 가운데 △권광석 △강성두 △김광일 등 3명만 선임됐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도 고려아연 측 서대원 후보가 선임됐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직무집행이 정지된 4명을 제외하고 최 회장 측 5명, MBK·영풍 측 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주총 이후 최 회장 측 11명과 MBK·영풍 측 4명 구도로 재편된다. 직무집행이 정지된 4명까지 포함하면 최 회장 측 이사는 1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날 정기 주총에서도 25.4%에 달하는 영풍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며 대부분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앞서 고려아연은 자회사 SMH를 통해 영풍 지분 10.33%를 확보, ‘영풍→고려아연→선메탈코퍼레이션(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두 회사가 발행주식총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질 경우 상대 회사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상호주 제한). 고려아연은 이를 근거로 1월 임시 주총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영풍은 이에 맞서 신규 유한회사 와이피씨(YPC)를 설립하고 고려아연 주식 전량을 넘겨 상호주 관계를 해소하는 한편, 법원에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가처분을 기각하며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상호주 제한 형성과 해소를 둘러싼 양측의 수싸움은 주총 개최 직전까지도 계속됐다.
영풍은 가처분이 기각된 전날 정기 주총에서 기습적으로 주당 0.04주의 주식 배당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SMH의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하락해 상호주 관계가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주총 당일인 이날 오전 SMH는 케이젯정밀(옛 영풍정밀)로부터 영풍 주식 1350주를 장외매수해 영풍 지분율을 10.03%로 끌어올리며 상호주 관계를 다시 만들었다.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주총 개회 시간이 지연되면서 초반부터 양측의 날선 공방전이 이어졌다.
MBK·영풍 측은 “최 회장이 내부거래로 상호주 관계를 만들기 위해 주총 개회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상대가 제출한 엑셀 데이터가 원본과 달라 검사인 참관 하에 확인하는 과정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주총은 예정보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난 오전 11시 30분쯤 의장의 개회 선언으로 시작됐다.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됨을 안내하자 곧바로 영풍 측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영풍 측 대리인 이성훈 변호사는 “영풍 측에선 아직도 상호주 제한이 위법하다고 생각해 가처분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등을 포함해 불복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면서 “SMH가 언제 어떤 경위로 영풍 주식을 취득했는지 명백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고려아연 법률대리인 고창현 변호사는 “오전 SMH로부터 잔고증명서와 거래내역서 등 주식 취득 관련 통지를 받았다”며 “잔고증명서 발급 시간은 오전 8시 54분 39초로 주식 입고는 더 전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이견이 있다면 법적인 분쟁으로 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주총 운영은 의장이 담당하는 것이고, 회사는 영풍의 의결권을 인정할 수 없는 것으로 의사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