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일 4대 그룹 총수들과 만나 상호관세 정책 등 미국발 통상 리스크와 관련해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 등 이번 상호관세 조치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각 산업에 대해 "지원 조치를 긴급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에서 주재한 경제안보전략TF 회의에서 "미국의 각계각층과 전방위적인 아웃 리치(대외 소통·접촉)를 전개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경제안보전략TF 회의는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하루 앞두고 열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4월 2일(현지시간)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를 상대로 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경우 대미 무역 흑자가 큰 만큼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와 경트럭 등 모든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역시 지시했다. 관세는 오는 4월 2일부터 발효되고, 3일부터 징수된다.
한 대행은 이같은 통상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통상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그간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주재해온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한 대행 주재의 경제안보전략 TF로 격상해 개편 운영하기로 했다. 통상 전쟁에 대응할 민관 합동 TF인 만큼 이날 첫 회의엔 이재용 삼성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총출동했다. 한 대행이 4대 그룹 총수와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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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행은 "3일 상호 관세가 발표되면 협상, 또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24시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각 (산업) 분야에 있어서의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보완하고 강화하는 쪽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안보전략 TF의) 민관 협력 체계를 통해 다시 한번 우리가 원 팀으로서 도전을 극복하는 그런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 자체적으로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선진화해 전체적인 국가경쟁력도 높이고, 또 외국으로부터 오는 도전을 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또 "모든 노력의 근저에는, 위기는 결코 정부나 개별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며 "국민과 기업 정부가 힘을 합쳐 같이 뛰어야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총수들을 향해선 "이제까지 해오신 바와 같이 과감한 도전과 혁신의 정신을 보여달라. 기업이 가진 많은 네트워크를 통해 주요 국가와 대한민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노력해 달라"며 "정부로서도 전방위적으로 충격을 완화하고 우리 기업을 돕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과감히 걷어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엔 최상목 경제부통리 겸 기재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박성택 산업부 1차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성태윤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자리했다.

앞서 한 대행은 지난달 27일 경제6단체 수장(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을 만나 "통상전쟁 상황에서 우리 기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해 기업과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맞춤형 기업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자리에선 현실화한 미국 통상 압력에 대한 대응을 당면 과제로 보고, 정부 차원에서 대응 카드를 만들어 대미 외교채널 협상을 본격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한국이 직접적인 관세 대상국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존 관세·비관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산업, 생산, 투자를 모두 고려한 새로운 통상전략의 관점에서 대응방안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은 전날 경기도에 있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현장을 직접 찾았다.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경쟁국의 기술 추격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반도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는 게 총리실의 설명이다. 한 대행은 "수출 1위 효자 산업인 반도체가 거의 1400억 달러(작년 수출액 기준) 이상이다. 2위와의 현격한 차이를 가진 반도체 산업이 굳건하게 할 수 있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도전은 밀려오겠지만, 기술력, 좋은 노사관계, 이런 것들을 발휘해 정부와 같이 협력하고 온 세계에 불어닥친 쓰나미를 반드시 극복해 나가야겠다.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을 흔들어버리는 우리 산업의 도전에 정부와 기업, 국민이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