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한진그룹, 오너 2세들의 차기 총수를 위한 행보 가속화

입력 2009-08-17 10:23 수정 2009-08-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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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 지배 구조…조원태 상무 잰걸음 관심 집중

재계 순위 14위인 한진그룹의 승계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상무)가 올해 들어 그룹의 중요한 공식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초 대한항공의 최신형 항공기 B777-300ER 공개행사의 호스트로 나서며 처음으로 언론에 공식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또 같은 달 열린 파리에어쇼에 참석해 아버지를 대신해 3억달러 규모의 구매 계약을 직접 체결했다.

이에 대해 재계 일부에서는 조원태 상무의 잦아진 공식행사 참석은 경영수업 단계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자산 29조원으로 재계 14위 성장

한진그룹은 올해 설립 65년을 맞고 있다. 지난 1945년 고 조중훈 회장이 한진상사을 발족해 그룹의 첫 삽을 떴다. 이후 1969년 대한항공을 정부로부터 인수해 항공운송에 진출하면서 운송업·건설업·금융업·레저업·여행알선업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나서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한진그룹은 재계 14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해 순위보다 1단계 오른 것이다.

한진그룹은 33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그룹 전체 자산 규모는 29조1347억원이다. 지난해말 현재 그룹 전체 매출규모는 21조4100여억원에 이른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인 각각 연간 매출규모가 10조2000억원다. 9조3500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운송서비스업인 한진과 한국공항고 각각 연매출 8500억원과 3260억원으로 그룹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 정석기업을 정점으로 순환 출자

한진그룹의 최고정점에 위치한 기업은 기업의 최대 계열사인 대한항공이나 한진이 아닌 정석기업이다. 한진그룹 계열사간 지배구조는 정석기업과 한진, 대한항공 등 3개사를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정석기업은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호인 '정석'을 따 온 기업이다. 정석기업은 현재 국내 최대 물류업체 한진의 지분 17.9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한진은 대한항공 지분 9.72%를 갖고 있다. 또 부산3부두운영 45.67%, 인천항3부두운영 36.00%, 포항항7부두운영 37.00%, 한진해운북항운영 60.00% 등의 출자 지분도 있다.

이처럼 한진그룹은 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 등의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조양호 회장은 정석기업을 장악함으로써 그룹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정석기업의 대주주 분포를 보면 조 회장의 지분은 현재 25.53%에 이르고 있다.

또 조 회장의 친인척 6명이 15.1%, 대한항공이 24.41%, 한진관광이 20.88%, 한진해운이 2.21%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비영리 법인인 정석물류학술재단도 정석기업의 지분 4.83%를 갖고 있다.

그룹 최대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지분은 조양호 회장이 9.63%를 보유하고 있으면 한진이 9.90%를 갖고 있다.

장녀인 조현아 상무와 장남인 조원태 상무도 각각 대한항공 지분을 0.09%씩 가지고 있다. 막내인 조현민 팀장은 대한항공 0.0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 내에서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한진해운은 조 회장의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2.36%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이 5.57%, 양현재단이 3.71%, 한국공항이 3.54%를 각각 갖고 있다.

◆ 빨라진 조원태 상무의 걸음

조원태 상무가 최근 행보가 심상치가 않다. 지난해 8월 대한항공 핵심부서인 여객사업본부장을 맡게 된 이후 일절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가 달라졌다.

우선 지난 6월 15일 파리 에어쇼 행사장에 조원태 본부장은 조 회장과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샀다. 아버지의 보좌 역할이 아니였다.

조 상무는 이날 대한항공과 프랫앤드휘트니사와 엔진 14대에 대한 구매계약을 직접 체결했다.이를 두고 일부에서 조 상무가 경영수업 단계를 벗어나 이젠 그룹 승계를 위한 행보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4일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인천-일본 시즈오카 노선 취항식에서도 조 상무는 얼굴을 드러냈다.

특히 사흘 앞선 1일에는 인천 대한항공 정비격납고에서 국내 매체 기자를 모아 놓고 차세대 항공기 좌석을 직접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 상무의 약진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됐다.

조 상무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한진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또 IT 계열사인 유니컨버스 지분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단독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유니컨버스는 통신망시설 운영 등을 담당하는 업체로 지난 2007년 그룹에 편입된 이후 조 상무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또 한진이 인수한 한진드림익스프레스(옛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의 등기 임원으로 등록돼 있는 상태다.

등기임원의 경우 회사경영과 관련한 법적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일반 임원과는 차이가 난다. 누나인 조현아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본부장(상무)과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팀장 등과 비교해 빠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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