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인턴들이 다시 '백수'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경기 회복 조짐이 일면서 민간 대기업들이 인턴사원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정작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에서는 이러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채용된 한국전력 인턴들은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사이 6개월의 인턴 기한이 끝나게 된다. 원래 525명에서 취직, 퇴사 등으로 현재 439명이 인턴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최대 규모의 공기업인 한전은 올해 채용한 인턴 일부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이여서 이들은 전원 회사를 나가야 할 상황이다. 한전은 정규직 공채 계획이 정해지지 않아 그나마 도전 기회가 주어질지도 불확실하다.
390명의 인턴을 채용했던 한국수력원자력도 마찬가지다. 한수원은 정규인력을 200명 뽑았지만, 인턴들에게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은 탓에 이들 가운데 인턴 출신은 10명에 불과하다.
가스공사도 인턴의 근무기한 마감이 연말이라서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사실 별반 차이가 없다. 인턴 113명에 대한 서류전형 면제 외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80명의 인턴을 선발한 지역난방공사나 40명을 뽑은 전기안전공사도 인턴의 정규직 전환계획은 없다. 그나마 두 회사는 정규직 공채 시 이들에게 가점을 준다는 방침은 있지만 얼마나 줄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코트라의 경우 사실상 공채로 선발한 신입인턴 25명이 퇴사한 1명을 빼고는 전원 내달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행정인턴'이란 이름으로 뽑힌 75명은 최대 11개월만 근무하고 무조건 나가야 한다.
그나마 코트라는 근무 평점이 좋은 인턴들에게 공채 시 면접에서 가산점을 주고 다른 회사에 취직하면 사장 명의 추천서를 써주는 등 근무 여건이 좋은 편에 속한다.
반면 공기업의 이같은 태도는 LG그룹이 올해 선발된 인턴 676명의 84%를 정규직화하기로 한 것과는 지극히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애초에 인턴을 채용한 것이 회사의 필요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상당기간 조직문화와 업무에 적응해온 인력을 무작정 내보내고 별도 시험을 치른다는 것 자체가 비효율과 낭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공기업들은 대부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기업 한 관계자는 "인턴 채용이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갑작스럽게 추진된 만큼 일부 공기업을 제외하고 정규직 전환이 쉽지 않다"면서 "특히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방안으로 정원까지 축소돼 실제 채용할 수 있는 여력도 없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