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금주 들어 미 증시 강세와 함께 달러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저점 경신 기대감을 그 어느때보다 높였지만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모처럼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 기조 하에 위험거래를 재차 용인하려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등에 업고 국내외 금융시장도 랠리를 재개하려 했지만 서해교전 소식으로 서울환시는 물론 주식시장 역시 움찔했기 때문.
전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남북한 교전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북미 대화를 앞둔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발생했을 것이란 시각이 현재까지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교전으로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 상승폭이 일부 축소되고 환율이 소폭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이 대체적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다만 시장내 환율 하락 재료가 넘쳐나는 상황 속 전저점 하회 기대감이 부상했지만 서해교전 소식을 기점으로 수입업체 결제수요 집중, 은행권 숏커버 등이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당국의 개입 구간으로 진입한 원ㆍ달러 환율이 개입 경계심와 남북간 서해교전 소식이 맞물려 상승 압력에 노출되면서 전저점 탈환 시도를 다음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게 됐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원ㆍ달러 환율은 실제로 전일 장초반 1155.20원까지 레벨을 낮췄으나 장 중반부터 서해교전 소식을 계기로 1161원 부근으로 반등함에 따라 역외도 초반 달러 매도세에서 매수세로 돌아선다는 루머가 가세하는 등 장후반 결국 은행권 달러 '숏-커버'로 이어진 채 나흘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 밖에 방중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위안화 절상 언급 가능성 및 영국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등의 재료도 서울환시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북한발 지정학적 위험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투자 관련 달러 매수세가 일단락됐다는 소식 이후에도 서해교전과 당국에 대한 경계감이 맞물려 원ㆍ달러 환율이 재차 1160선으로 복귀한 이상 전저점 탈환 시도는 잠시 지연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종합해보면 11일 원ㆍ달러 환율은 서해교전을 계기로 서울환시 참가자들사이에 전저점 하회 기대가 약화되면서 1160선 레벨을 전후로 달러 수급과 역외 스탠스 확인 작업 등을 거치며 잠시 숨고르기 장세를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뉴욕증시도 최근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가운데 시장의 관심을 끌 만한 재료도 나오지 않아 쉬어가기 장세를 보이며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치며 이날 원ㆍ달러 환율에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달러화 역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수요가 재차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한 가운데 독일의 11월 'ZEW 투자자신뢰지수' 하락 등으로 유로화 대비 소폭 올라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내 달러화 매수 분위기를 지지하는 모습이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ㆍ달러 1개월물 선물환율 또한 뉴욕증시 혼조 마감에 약보합권을 나타냈다.
이날 뉴욕 NDF 원ㆍ달러 1개월물 선물환율은 1162.50원에 거래를 마감,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가 +0.85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시 이날 NDF 종가는 전일 서울환시 현물환 종가 1162.20원에 불과 0.55원 하락한데 그친 셈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미국발 훈풍에 전일 하락 출발한 환율이 연저점에 바짝 접근했지만,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수세와 서해교전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부상에 투자심리가 일시적으로 냉각된 효과가 이날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도 "달러화가 재차 강세로 전환됐고 전일 서울환시를 통해 확인했듯이 서해교전이 환율 방향을 비록 위로 돌려놓지는 못하겠지만 하방경직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재료로 작용했던 만큼, 역외가 이를 빌미로 차익 실현성 달러 숏포지션 정리에 나설 경우 연저점 탈환 기대감은 더욱 낮아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