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최악의 세계 경기침체 속에 올 한해 한국 경제를 이끈 것은 단연 수출이었다.
한국 역시 지난해보다 수출액 자체는 14%가량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었지만, 여타 선진국이나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탁월한 성적표를 내면서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사상최대 흑자 달성
올해 수출입 실적을 보면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기조였다. 수출이 딱히 호조라고 보기는 어려웠으나 경기가 워낙 나빠지면서 수입 수요가 급감해 대폭의 흑자를 낸 것이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7% 줄어든 2940억 달러, 수입이 31.5% 감소한 2602억 달러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중국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의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정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량기준으로 본 수출은 6월부터 작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9월까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한 것이다.
원화 약세가 달러표시 가격을 낮춘 덕에 수출물량이 늘어난데 힘입어 원화표시 수출액도 올해 들어 9월까지 340조1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9% 증가했다.
다른 나라를 능가하는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세계 각지에서 한국 상품의 점유율이 늘어난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지난해 2.6%였던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올해 3%에 도달하는가 하면 지난해 49.6%였던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의 한국 점유율은 올해 2분기 61.0%까지 치솟았고 LCD 역시 지난해 2분기 44.5%에서 올해 2분기는 55.4%까지 상승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한국의 수출순위는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을 제치고 처음 9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무역흑자는 '불황형 흑자'의 원조였던 1998년(390억 달러)보다 더 큰 40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무역흑자 250억 달러 전망
내년 수출전망은 올해보다는 한층 밝은 편이다.
내년 수출은 세계 경기 회복세와 자원부국의 수입확대로 올해보다 13% 증가한 41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입 역시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 주도의 건설 투자가 본격화되고 내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져 자본재 및 소비재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수입 예상치는 올해보다 20% 증가한 3850억달러. 무역수지 흑자폭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8%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 무역수지 흑자는 2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예상치 400억 달러보다 38% 감소한 것이다.
한편 달러-원 환율은 연평균 1100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화 약세 기조로 연중 최저 1000원 초반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국제 유가는 배럴당 83달러 수준으로 내다봤다.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원유 공급물량 확대로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