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길 한국HP 대표에게 어두운 국내 경기사정은 관심 밖인 모양이다. 부임한지 이제 5개월밖에 안됐지만 오직 앞만 보고 돌진하겠다는 저돌적인 자세다.
스티븐 길 대표는 “내년 HP 본사는 5~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 4년간 400억달러를 투자해 R&D와 M&A를 통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주력해온 만큼, 이 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시장에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길 대표는 이어 “3년 전 HP의 전체매출 중 IT운영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달했으나 지금은 2%에 불과하다”며 “공급망 향상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성장기회가 높은 부분에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HP는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Converged Infrastructure)’를 전면에 내세우겠단 전략이다. 이 개념은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단일한 관리 체계로 통합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HP는 본사차원에서 기존 서버·스토리지 사업부에 네트워크 부문을 추가한 조직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최근 쓰리콤 인수로 인한 네트워크 사업의 활성화도 예상되고 있다.
초대형 기업을 공략하는 G1K VISION이란 전략도 공개했다. 이 전략은 글로벌 1000대 기업을 집중 공략해 향후 3년 이내 매출 및 시장점유율을 50% 이상 상승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G1K에 30여개 기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기호 한국HP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세일즈 총괄 부사장은 “국내 G1K 기업 중 한국HP의 고객은 3곳”이라며 “이를 2~3년 내에 6곳으로 늘리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길 대표는 더 이상의 조직개편 및 구조조정은 실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길 대표는 “경기침체가 계속 이어지거나 실적이 크게 저조하지 않은 이상 현재의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전인호 한국HP ESSN 사업부 전무는 한국IBM과의 진검승부를 위해 미드레인지급 서버의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전 전무는 “한국HP가 하이엔드 시장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미드레인지 시장에서 밀리면서 선두 자리를 내주고 있다”며 “미드레인지와 로우엔드 서버에 유연성 있는 가격 대응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