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18일 단행한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의 키워드는 '중국'과 '연구·개발(R&D)'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강조했던 중국사업 재정비와 기술 강화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개편, 내년부터 공세적인 글로벌 신성장 전략을 펼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통합법인의 대표로는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과 박영호 SK㈜ 사장이 함께 거론됐으나, 관리형 최고경영자(CEO)인 박 사장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그룹내 '기획통'으로 그동안 지주회사인 SK㈜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계열사들을 안정적 이끌어 왔다는 평가을 받고 있다. 이번 중국 통합법인을 이끌면서도 안정기조 속에서 성장방향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또 이번 인사에서 관계사별 사업과 주요 임원 40여명을 중국통합법인과 중국 각 관계사에 전진배치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 통합법인은 SK그룹내 13개 계열사가 설립한 90여개 현지 법인의 중국내 투자와 사업전략 수립·실행 등을 총괄해 그룹 차원의 사업 시너지를 제고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중국 통합법인이 한국 및 미국 등과의 글로벌 시너지를 창출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SK측은 내다봤다.
이에 앞서 최 회장 주재로 열린 CEO 세미나에서 "글로벌 기업의 돌파구를 중국에서 찾겠다"며 경영목표를 세우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중국 통합법인의 형태는 중국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SK차이나의 조직과 기능을 확대 개편하거나 별도의 신규 법인을 만드는 방식 중에서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중국'과 함께 이번 인사의 키워드인 'R&D' 분야의 신설 조직인 기술혁신센터(TIC) 사령탑에는 박상훈 SK에너지 P&T 사장이 선임됐다.
서울대 화공학과를 나와 1983년 SK㈜에 입사한 박 TIC장은 SK㈜ 대덕기술원 화학연구소장과 기술원장 등을 역임한 그룹 내 '기술통'이다.
TIC는 향후 신재생에너지기술, 친환경기술, 바이오기술, 차세대 통신기술 등의 분야에서 향후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게 될 미래 기술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SK에너지, SK네트웍스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중국사업 등 글로벌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춰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조직을 개편했다.
SK에너지는 중국 중심의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해 주요 사업을 중국에 전진 배치하고 기술 중심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올해 호황을 누린 화학사업을 독립 CIC(회사내회사)로 승격시켜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로 집중 육성키로 했다.
또 회사의 기술 중심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기술원을 CIC 형태로 운영하고, 자원개발(E&P) 사업의 의사결정 스피드를 제고할 수 있도록자원개발본부를 CEO 직속조직으로 분리·독립시켰다.
아울러 유정준 R&C(해외사업 및 화학사업) 사장이 R&M(정유·마케팅) 사장으로 옮기고, 김용흠 화학사업부문장이 화학 CIC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9명의 승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자율·책임경영 및 의사결정 스피드를 제고하고 글로벌 공격경영을 가속화하는 한편 조직 슬림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를위해 조직을 개편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도 전사 조직을 GHQ(글로벌본사)-BHQ(사업본사)-RHQ(해외본사)로 대폭 개편했다. 기존 한국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세계 어디서나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유연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 조직은 지역별로 해외 본사의 HQ장을 보임하고 기존 설치된 중국HQ(중국본사)는 기능과 인력을 더욱 보강함으로써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독자적인 책임과 권한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략 추진의 신속성과 현지완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스피드메이트, 소비재, 철광석 등 관련 사업본사를 중국으로 모두 이전할 계획이다. 기존 4개 CIC 조직도 사업 환경 변화에 맞게 개편했다.
기존 상사컴퍼니·에너지마케팅컴퍼니·정보통신컴퍼니·경영서비스컴퍼니 4개 CIC 중 정보통신컴퍼니를 통신마케팅컴퍼니, 에너지마케팅컴퍼니를 에너지&카 컴퍼지로 바꿨다. 또 비사업 부문이었던 경영서비스컴퍼니를 폐지하고 소비재 사업 강화를 위해 프레스티지마케팅컴퍼니가 신설됐다.
통신마케팅컴퍼니 사장은 SK텔레콤에서 마케팅과 전략업무를 담당한 이석환 사장이 선임됐다. 프레스티지마케팅컴퍼니 사장엔 여의도 및 병점 프로젝트 등 다양하고 성공적인 부동산 개발 경험을 갖춘 김세대 사장을 선임했다.
SK텔레콤은 헤드쿼터를 한국, 중국, 미국으로 분산해 현지 지역 시장에 맞는 글로벌사업의 실행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C&I(Convergence & Internet) CIC는 사업의 주체를 중국으로 이전하고 본부장급 이상의 대부분 임원들은 중국에서 근무하면서 신규사업 발굴 및 추진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새롭게 변모하는 C&I CIC 사장은 서진우 전 GMS CIC 사장이 맡기로 했다.
영업마케팅 전체를 총괄하는 MNO(Mobile Network Operator) 조직도 대폭 수정했다. 우선 CIC 내 기업사업단은 '기업사업부문'으로 격상해 B2B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SK텔레콤은 CTO 산하에 기반기술연구소도 설립해 SK텔레콤만의 고유의 핵심 기술을 내재화 하기로 했다. 기반기술연구소는 이명성 CTO(부사장)이 겸직한다.
SK텔레콤은 이 연구소를 통해 IPE(Industry Productivity Enhancement) 사업 추진을 위한 기술 개발 등 R&D 추진 역량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