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이어 터키·필리핀 등이 제2의 원전수출대상국으로 부상하면서 한국의 향후 원전 수출에 대한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양해각서 체결로 한전과 터키 정부는 공동으로 원전 건설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원전 부지 선정과 원전 모델, 공사기간, 자금조달 방법 등을 논의하게 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번 MOU는 터키 원전건설을 위한 법적, 제도적 사항 등 여러 가지 사전 준비에 대한 기초단계 수준의 공동연구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키는 UAE에 이어 우리나라의 유력한 차기 원전 수출 대상국으로 거론돼 온 국가다. 따라서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우리나라의 터키 원전 수출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와 별도로 터키 북부의 시놉(Sinop) 지역에 원전을 짓는 방안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2일에는 필리핀이 북한 경수로 원전에 사용하려던 원자로 설비 등을 자신들이 중고로 사서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마크 코주앙코 필리핀 국회의원은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지식경제부를 방문,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의 서신을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전했다.
주내용은 한국전력에서 공개매각 중인 북한 경수로 및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관련 기자재를 매입해 필리핀에 1000㎿급 한국형 원전 2기를 건설하고 싶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도입 기반이 취약한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한국형 원전의 수출 공략 대상 지역"이라며 "기술 지도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구용 원자로 시장도 확대하고 있어 향후 원전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작년 말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요르단의 연구용 원자로 건설을 위한 입찰에서 최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수주 규모는 2000억원으로 조만간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특히 연구용 원자로 수출을 계기로 요르단에 발전용 원자로 수출 가능성도 높아졌다. 연구용 원자로 수주는 향후 대규모 상용 원자로 수주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선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원전 수출과 관련 좀더 신중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한전과 터키 정부간 양해각서 역시 원전 수주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수주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한전이 터키 이외의 많은 나라와도 이런 방식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지만 반드시 수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필리핀의 제안 역시 필리핀 정부차원의 공식 제안이 아니라 특사 차원의 제안인 만큼 양국 간 공식협의가 있을 때까지 입장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터키나 필리핀의 경우) 앞으로의 원전 수주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반드시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원전이 필요한 국가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수출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월 '원자력발전 수출산업화 전략'을 마련하고 오는 2012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추가로 수주하고,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을 수출해 누적 40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