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지난 해 고금리 특판으로 시중자금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고민에 빠졌다.
특히 가계대출과 대기업 대출에 주력한 은행들이 울상이다.
정부가 지난 해 중소기업대출 지원 강화에 나서면서, 중기대출 비중은 작년과 비슷했지만, 대기업과 가계대출은 꾸준히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의 2월말 현재 수신자금은 587조5000억원으로 작년 2월말(554조원)에 비해 33조 가까이 늘었다.
수신자금이 늘어난 것은 지난 해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당국의 예대율 비중을 맞추기 위해 예금 특판을 통해 시중자금을 대거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반면 원화대출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4대 은행의 올해 2월말 현재 원화대출 잔액은 438조원으로 작년 말 2월(521억3349억원) 보다 82조8000억 넘게 하락했다.
원화대출을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가계대출과 대기업 대출 비중이 커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국민은행의 2월말 원화대출 잔액은 173조5572억원으로 전년(176조7895억원)보다 3조2000억 가까이 급감했다.
우리은행 역시 원화대출이 133조5620억원으로 전년(132조5490억원)보다 1조1000억원 이상 줄어들었고, 하나은행은 지난 1년간 약 1000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강화로 올 들어 중기대출은 소폭 늘었지만, 가계대출과 대기업 대출은 크게 하락했다”며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유동성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굳이 대출을 받지 않으면서 모두 하락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가계-중기대출의 비중을 보면 가계대출이 약 55%를 차지하고 중소기업이 40% 중후반, 나머지는 대기업 대출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가계대출이 줄면서 원화대출도 내림세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총 수신 잔액은 은행별로 최대 18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신한은행이 2월말 현재 143조9566억원으로 전년(1267조7523억원)보다 17조2000원 넘게 늘었고 국민은행은 186조422억원으로 지난 해(174조951억원)보다 10조 넘게 늘었다.
이밖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7조원, 2조1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원화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것”이라며 “은행 특성상 유동성을 끌어올리면 그만큼 기업과 가계에 풀어 돈을 활성화 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재투자를 하지 못하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계 및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1년 동안 지속된 것은 은행들이 안전자산만 선호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은행들이 유동성을 제때 풀지 않으면 그만큼 앞으로 영업에 타격을 받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