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부터 기존 펀드의 판매보수(수수료)가 1% 이내로 단계적으로 인하됨에 따라 증권사 일선 판매 지점에선 비상이 걸렸다.
제한된 펀드시장 내에서 과열 경쟁으로 자칫 펀드시장 자체가 더 혼탁해 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기존 펀드의 무리한 환매 종용 후 신규 펀드 가입 가능성에 대해선 일반 투자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18일 금융위는 ‘기존 투자자 펀드 판매보수 단계별 인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판매보수가 펀드 재산의 1% 내로 단계적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중 판매보수가 1%를 넘는 펀드는 1500개(52조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들 펀드의 평균 판매보수는 1.6%로 펀드 판매사들이 여기서 벌어들인 돈은 지난해 1조6500억원.
금융위는 이번 인하 조치로 펀드 투자자들이 매년 약 2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펀드를 판매해야 하는 일선 지점에선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펀드 환매 영향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신규 펀드 가입 희망자는 없는 반면, 기존 펀드 가입자들은 증시가 1700선에만 도달하면 가능한 빨리 환매하겠단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분위기는 상당히 격앙돼 있다.
A 증권사 지점장은 “회사 내부적으로 ‘펀드투자의 장기문화정착’이라는 지침 아래 별다른 압력이 적었다”며 “하지만 펀드판매보수가 낮아질 경우 이 같은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펀드판매보수 인하로 인한 실적 악화를 막으려면 결국 파이를 키워야 하지만 현 국면에선 쉽지 않고, 그렇지 않아도 펀드판매사 이동제까지 실시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상황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B 증권사 지점장은 “최악의 경우엔 수익이 나고 있는 기존 펀드 고객에게 환매를 자주 종용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기존엔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신규 판매에 힘을 쏟았다면, 이젠 신규판매보수가 아니라 기존 고객 펀드를 일정 시점이 지난 후에 곧바로 환매 시킨 뒤 다른 펀드로 신규 가입시킴으로 써 보수를 챙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
C 증권사 지점장은 “펀드판매보수가 떨어지면 실질적으로 펀드 판매보다는 타 상품이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비슷한 수수료 하에서 일대일 맞춤형 형태의 일임형 랩 상품으로의 유도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판매사들이 지나치게 높은 판매보수를 받은 것은 문제였다”며 “판매사들이 팔아 놓기만 하고, 실질적인 관리엔 소홀했던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앞으로 환매를 조기에 종용하면서 새로운 펀드 가입을 요구하는 판매사들이 늘어날 부작용이 있는 만큼 꼼꼼하게 분석하는 능력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 개선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실제론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앞으론 양적 성장 못지 않게 질적인 면에서의 펀드 시장의 활성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