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 원인 규명에 나선 민·군 합동조사단은 4일 이번 사고를 둘러싼 4가지 핵심 의혹을 우선적으로 규명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체 왜 두 동강 났나 = 군당국은 생존자들이 한 차례 강한 폭발음을 들었다고 진술하고 한국 지질지원연구원이 사고 해상에서 지진파를 탐지한 것 등을 근거로 외부 폭발력에 의해 함정 중간 부분이 절단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지난 2일 국회 긴금 현안질의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은 "어뢰 가능성이 좀 더 실질적"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어 내부폭발과 폭뢰, 암초 충돌, 피로파괴 등의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합동조사단은 내부 또는 외부충격 등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고 당시 해상의 풍랑과 유속, 수심 등 기상상황을 적용한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TNT 180여 Kg의 폭발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원인을 규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침몰함 수색과정에서 수거된 다수의 철재 파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국방부 조사본부의 과학수사 연구소에서 정밀 감식작업에 곧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폭발음과 지진파를 생선한 단서를 찾아내기 위해 김포함과 고령함 등 기뢰제거 및 탐지함 2척을 사고 해상에 추가로 투입했다. 군은 이달 15일을 목표로 하는 선체 인양이 성공하면 절단면을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북한의 개입 여부 = 백령도 남서쪽 해상을 저속으로 기동한 천안함이 한순간에 침몰한 원인이 내부적인 문제보다 외부충격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개입 여부에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김 장관의 국회 답변대로 "어로 가능성이 더 실질적"이라면 어뢰 발사 주체를 현실적으로 북한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다.
특히 이달 24일부터 27일까지 북한의 잠수정 2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군항에서 기동했다가 사라진 것으로 드러난 것도 북한의 개입에 의혹을 제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나 주한미군에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밝혔다.
□사고 시각은 = 천안함의 사고 발생 시각을 둘러싸고 불거지는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것도 합동조사단의 활동 방향이다. 군은 26일 오후 9시 45분으로 최초 발표했다가 오후 9시30분으로, 다시 오후 9시 25분으로 수정했다가 지난 1일에는 오후 9시 22분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공개한 '최초 상황관련 일지'에는 당일 오후 9시 15분께 2함대사령관이 해작사 작전차장에게 최초 상황발생을 보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사고발생 시각이 오후 9시15분이 맞다면 군이 발표한 9시22분과 7분의 차이가 발생해 그 사이 함정 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합동조사단은 2함대와 해작사 등에 설치된 전술지휘체계(KNTDS)자료에 천안함의 기동이 오후 9시 22분께 정지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초기대응 적절했나 = 해군이 천안함의 사고 발생 사실을 처음 인지하고 초기대응을 제대로 했는지도 규명의 대상이다. 초기대응의 잘 잘못은 앞으로 책임자 문책범위를 가르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천안함 함장과 승조원들의 침착한 대처와 군.경.관의 협조된 작전을 58명의 승조원을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으나 일각에선 침몰된 전체 수색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종자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 부분의 수색보다는 수면 위로 한 동안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진 함수 부분에 초기 수색이 집중됐다는 주장인 것이다.
군의 이러한 대응수준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는 앞으로 사고 수습 후 군 지휘부의 문책 수위를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