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되는 미 경제지표가 잇따라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그 동안 시장에 공급해온 유동성 회수에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 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리고 이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부분에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부분이다.
연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목표금리를 현행 0~0.25%로 동결해 제로금리 기조를 ‘장기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연준의 저금리 기조 유지 방침에 참석자 전원의 의견이 일치된 것은 아니었다. 지난번 회의에 이어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 연방은행 총재가 “이례적인 저금리 기조를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연준 내 대부분의 인사들이 낮은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한편 일부는 금융위기 촉발 직후 연준이 금융 시스템에 공급한 전대미문의 유동성이 인플레 폭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일례이다.
미국은 2005년경부터 금융 위기 촉발 직전인 2008년 상반기까지 이례적인 인플레 압력에 시달렸다. 급기야 2008년 7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6% 상승해 1982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인플레 압력이 너무 높다”며 “가격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연준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해 시장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금융 위기가 본격화하자 연준이 파장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낮추고 전례 없는 유동성을 공급한 이후부터 물가 상승 압력은 급격히 잦아들었다.
2008년 말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한 물가상승률은 기준금리를 0~0.25%로 낮춘 2009년 1월에는 0%, 3월에는 마이너스 0.4%로 하락하다 7월에는 마이너스 2.1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졌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경쟁적으로 풀어놓은 뭉치 자금이 물가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2009년 11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1.8%의 상승세를 되찾기 시작해 2010년 1월에는 2.6%까지 상승했다 3월에는 2.3%를 나타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하이퍼 인플레이션 논자들의 주장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짐 로저스등 하이퍼 인플레이션 논자들은 당장 혹은 조만간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질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현재는 인플레이션 요인과 디플레이션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점차 인플레이션 요인이 디플레이션 요인을 누르고 점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가속도를 붙여 수 년 후에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디플레이션 요인의 예를 들면 3월 현재 9.7%인 실업률과 제자리 걸음인 임금 수준, 기업들의 제품가격 하락 등이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는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경기가 회복되고 대출이 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인플레가 낮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인플레가 높다는 것이 문제될 것임을 우려한 것으로 플로서 총재는 “향후 2~3년간 인플레 상승이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연준이 장기간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최소한 수 개월 동안 인플레 압력이 제한되고 경기 회복이 부진할 경우에 ‘그렇게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경기 회복세가 안정권에 들면 연준도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