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국부펀드(SWF)의 투자규모가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침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작년 연말 경에는 투자가 원래 기조를 회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미 컨설팅 업체인 모니터그룹과 이탈리아의 폰다지오네 에니 엔리오 매티의 공동조사 결과 보고를 인용해 2009년도 SWF의 주식투자는 690억달러(약 7조9560억원)로 2008년의 1090억달러에서 37% 감소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카타르투자청(QUA)은 320억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QUA는 320억달러 가운데 133억달러는 자국 내 철도사업에, 100억달러는 포르쉐에, 47억달러는 폴크스바겐의 지분 확보에 각각 투자했다.
중국투자공사(CIC)도 천연자원에 거액을 쏟아 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내용 중에는 인도네시아와 캐나다업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러시아와 중국, 중동 산유국 등의 SWF가 상업 목적이 아닌 정치 목적으로 투자를 실시한다는 우려가 확산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이들 펀드의 투자에 정치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 위기의 여파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후퇴했다.
2007년에 모건스탠리와 메릴린치 등 미국 대형 금융기관에 투자한 중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와 싱가포르의 투자청은 구세주로 부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은 위기를 피하기는커녕 펀드에 대규모 손실을 안겼다.
2008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개입해 SWF의 투자를 상업목적으로 한정하기로 합의, 이후 일부 펀드는 정보 공개를 강화했지만 리포트에 따르면 대부분의 펀드들이 정보공개에 참여하지 않았다.
IMF와의 합의가 구속력을 가지지 않아 투자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치 압력이 후퇴한 것이 배경에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펀드들은 금융위기 동안 국내 경제를 지지하기보다는 해외투자를 선택했는데 그 대부분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해 자국 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결과 대부분의 펀드들이 포트폴리오와 수익 성과 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WF에 관한 우려가 정점에 달한 2007년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들 펀드의 자산 규모가 2010년 이내에 1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이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양사의 보고 결과 펀드의 자산규모는 2조4000억달러로 2007년 애널리스트들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작년 초에 금융서비스와 부동산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펀드들은 여기서도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WSJ은 작년 4분기(10~12월)부터 금융서비스와 부동산 부문에 대한 투자를 재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국부펀드는 정치적 반발이 적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지배적 수준의 대량의 주식을 사 모으는 한편 미국과 유럽에서는 지명도 높은 기업의 소수 주식을 취득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