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현수막은 후보자들이 모든 유권자들을 만날 수 없는 물리적 한계를 보완해주는 도구로 정적이지만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후보자를 자연스럽게 인지시키는 중요한 도구이다.
특히 시각적 효과와 더불어 자신의 이미지, 함축된 공약 등을 포함시켜 유권자의 선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디어 시대에서 현수막은 여전히 자신을 알리는 수단으로 각광받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시장 후보로 출마한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 3인 역시 자신만의 색깔은 담은 현수막으로 치열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담은 현수막에 대한 의미를 김정규 성균관대 시각디자인 박사와 함께 분석해봤다.
오 후보의 젊음ㆍ청렴, 한나라당의 미래지향적 정책 방향과 맞아떨어져 후보와 정당의 특성을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사진과 문구 색깔은 현수막 컨셉과 상이하다는 지적이다.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진에서 진취적이고 미래를 향한 모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분홍색으로 된 ‘일 잘하는 젊은 시장’ 문구는 흰색ㆍ파랑색과 어울리지 않고 젊고 청렴한 이미지와도 맞지 않아 현수막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견해다.
또 켈리그라피(Calligraphy,수작업한 글씨체)를 사용해 자연스러움을 강조, 친환경 이미지와도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 많은 내용을 담아서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옥의 티. 두 가지 이상의 글씨체 사용은 현수막의 집중도를 하락시킨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만화를 현수막에 담은 새로운 시도는 좋으나 공약을 설명하는 이미지에 그쳐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 박사는 "유권자들이 궁금한 것은 범야권 단일후보가 아닌 후보 이름"이라며 "정당이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부족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빨간 바탕에 파란색 이름을 표기해 파란 바탕에 빨간색을 쓴 오 후보와 대비되는 현수막을 채택한 것도 눈에 띈다.
반면 노 후보의 사진은 세 후보 중 가장 큰 웃음을 지은 모습으로 각계각층을 포용할 수 있는 모습인 반면 노동자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당의 정책 방향과는 상이하다는게 김 박사의 지적이다.
더구나 뻔한 문구와 글자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 흰색 테두리는 세련미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