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따라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을 당초 계획했던 6~7%에서 3~4%대로 대폭 낮췄다.
손보사들은 정비요금 인상과 함께 높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등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서민 물가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80% 안팎에 이르는 손해율과 이에 따른 적자 등을 해결할 수 없을 경우 향후 자동차보험료는 또 다시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손보사들 잇따라 인상폭 하향조정
손보사들은 지난 3일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잇따라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을 낮췄다.
삼성화재는 홈페이지 공시를 통해 오는 9월부터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을 평균 4.5%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6.1%에서 1.6%포인트 낮춘 수준. 기본보험료 기준으로 3.1%(개인용 3.5%, 업무용 2.9%, 영업용 1.8%) 인상되며, 대물사고 할증까지 포함한 인상폭이 4.5%이다.
현대해상은 당초 5.9% 수준의 인상률을 고려했지만 협의 과정을 거쳐 삼성화재보다 낮은 4.1%로 결정했다. 대물사고 할증기준 상향분 등을 제외할 경우 2.9%까지 인상폭이 줄어든다.
당초 6%대 초반의 인상률을 검토했던 동부화재 역시 3%~4%대로의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LIG손해보험은 내부 협의 등을 거쳐 3%대로 낮출 예정이다.
온라인 차보험사인 하이카다이렉트도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당초 6.3%였던 인상폭을 4%대 초반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밖에 다른 손보사들도 인상폭을 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정부의 시책도 있고 서민경제에 부담이 되는 만큼 정비요금 인상분만 반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정무위 등 인상폭 우려 제기
당초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정비요금 인상과 대물사고 할증 기준금액 상향, 손해율 상승 등의 이유로 자동차보험료를 6.1%~6.8% 올릴 계획이었다.
이에 지난달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은 6.1%를, 중소형사와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는 6.3%~6.8%의 인상안을 보험개발원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기조로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서민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새롭게 꾸려진 정무위원회는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정부가 공공기관의 물가 인상안을 발표했지만 친서민 기조로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자동차보험은 물가 인상을 결정하는 한 요인인데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민감한 여론도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 손해율 때문에 재인상 가능성 높아
일단 정부의 친서민 기조로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이 억제됐지만 시장의 흐름에 따라 향후 또다시 인상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LIG투자증권은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이 6~7%에서 3~4%로 축소될 예정이지만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투자증권 역시 "이번 인상이 손해보험업계의 원가 상승을 반영하는 수준에 그침에 따라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될 것"이라며 "하반기 중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면 소폭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78.7%로 80%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며 2009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영업손실은 936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