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에 대해서도 불안감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는 증시 약세와 채권시장의 강세로 반영되고 있다. 5회에 걸쳐 글로벌 경제를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소프트패치 對 더블딥 논란...경제 전망도 어둡다
② 자금 대이동..엔화 고공행진 어디까지
③ 중국 너마저...지표 악화
④ 영국 경제도 '먹구름'
⑤ 고용시장을 살려라...고용 안하는 5가지 이유
글로벌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걸까.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부터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낙관론은 최근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87년의 미국과 1997년 일본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불안한 움직임이 경기회복기의 일시적인 정체인 소프트패치가 아니라 이중침체인 더블딥의 신호라는 것이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글로벌 증시를 초토화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에도 견고한 것으로 평가됐던 미국 경제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경기전망 역시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MSCI월드인덱스는 11일(현지시간) 2.8% 급락했다. 지난 6월 29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난 7월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일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판단을 하향한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연준이 만기가 도래하는 모기지담보증권(MBS)을 국채 재매입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불안감으로 확대됐다.
불안심리는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서도 여실히 반영됐다. 미국 2년물 국채와 10년물 국채 금리차는 2.17%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는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다.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엔화의 고공행진이 지속됐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0.8% 하락해 84.73엔으로 거래됐다. 1985년 이후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이머징마켓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선진 경제의 불안이 신흥국으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MSCI이머징마켓인덱스는 이날 1.9% 하락했고 MSCI차이나인덱스는 1.3% 빠졌다.
문제는 경기를 살릴 수 있는 해결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신중론자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당국이 쓸 수 있는 총알이 이미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미국 리서치기관 헤지아이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사실상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채권 매입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경제전문지 포춘은 최신호를 통해 보도했다.
오히려 이는 국가경제를 더욱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포춘은 지적했다.
투자기관 CR&KR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90%를 넘는 것은 미국 경제가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는 셈이라는 것이다.
헤지아이는 3분기 미국 GDP성장률을 1.7%로 내려잡았다. 내년 성장률 역시 1.7%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전망이 맞는다면 월가의 컨센서스인 3%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컨센서스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블룸버그가 67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하반기 미국 GDP성장률은 2.5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전망치는 2.8%였다.
온라인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가 실시한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2분기 GDP성장률이 잠정치 2.4%에서 1.3%로 거의 반토막날 것으로 내다봤다.
존 실비아 웰즈파고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민간부문의 고용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소비자들이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소비지출은 올해 1.5%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다. 지난달 예상치가 2.4% 증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불과 한달만에 전망치가 40% 낮아진 것이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간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은 높고 소득은 정체되고 있다"면서 "가계의 부는 3년 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4080만명의 미국인이 정부가 지급하는 '푸드 스탬프(food stamps)'로 식비를 보조받고 있다. 실업자의 45%는 일자리를 찾는데 평균 27주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는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내년 경제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1.9%로 내려 잡았다.
실제로 미국 경제는 급속히 모멘텀을 잃고 있는 상태다. 미 상무부가 이날 공개한 무역적자는 6월 전월대비 19% 증가한 499억달러를 기록했다.
월가 전망치 421억달러에 비해 적자폭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수입이 3% 증가하면서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2003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수출은 1.3% 감소해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인 1505억달러를 기록한 것이 적자를 키운 원인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쌍둥이적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재무부는 7월 재정적자가 165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2개월 연속 지속된 것으로 10개월 누적 적자만 1조1700억달러에 달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올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지난해 1조4200억달러에서 1조47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