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하면 으레 흑백 필름 속을 질주하는 검은색의 '딱정벌레차'를 떠올리게 된다. 1974년 개발된 '골프'는 바로 비틀에 이어 30년 이상 폭스바겐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아온 '해치백의 교과서'다.
역대 골프 시리즈 중 '최고'로 꼽히는 6세대 골프는 지난 2009년 9월 국내 출시된 이래 7월까지 2114대가 판매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뭐 아무렴 어떤가. 본의 아니게 국내 누적 판매 2000대 돌파 기념 리뷰가 되지 않았는가.
주차장에 세워진 골프를 보니 '울버린'이 떠오른다. 작지만 근육질에 거칠고 사나운 이 족제비과 동물은 골프와 어딘지 닮은 구석이 있다.
6세대 골프 외관을 설명할 때 꼭 들어가는 표현이 있다.
"시로코와 닮았어요."
사실이다. 좀 성의 없어 보이지만 이 한 마디면 6세대 골프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 감이 오지 않는가. 어딘지 '싼 티' 났던 5세대에 비해 6세대는 제법 여유롭고 당차 보인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조합이 전 세대에 비해 세련돼졌으며 차체가 좀 더 낮아지고 폭이 넓어진 느낌이다. 이탈리아 종마의 허벅지를 연상케 하는 육중한 C필러에서는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박력이 전해진다.
뒤태도 인상적이다. 다소 차폭이 넓어진 탓에 펑퍼짐해질 수 있는 후면 디자인에 큼직해진 테일램프가 포인트를 주고 있다. 매력적으로 변신한 골프의 뒷모습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 위해 폭스바겐 관계자의 표현을 빌려오면 이렇다.
"투아렉과 유사해요."
운전석에 앉아보면 골프의 미덕인 '단순하고 직관적인' 특징이 잘 나타난다. 대시보드는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두 개의 큼직한 아날로그 계기판은 작고 단단한 스티어링 휠과 조합돼 레이싱카 같은 분위기를 낸다.
창문이나 사이드미러 조작패널을 비롯해 센터페시아의 공조장치 조작버튼들도 운전 중에 더듬을 필요 없이 손에 척척 닿는 곳에 배치돼 있다.
독일 바우하우스풍의 직선 기조의 단순한 디자인은 다소 황량해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면 꾸밈없이 실용적이다.
반면 내장재는 좀 실망스럽다. 직물 시트는 넘어가더라도 도어트림에 채용된 직물 내장재는 '3000만원짜리 차를 탄 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악하다.
시동을 걸자 덩치에 맞지 않게 중량감 있는 디젤 엔진음이 귀를 즐겁게 한다. 골프에 장착된 3세대 커먼레일 TDI 엔진은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ㆍm를 낸다.
1600cc급인 아반떼도 140마력의 출력을 낸다는 점에서 다소 부족해보일 수 있지만 디젤 엔진의 큰 토크와 DSG미션과의 조합으로 중저속에서 폭발적인 가속을 자랑한다. 고속도로에 나가자 마치 잡아당기듯이 앞차와의 거리를 좁히며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듀얼클러치 방식의 DSG미션은 빠른 변속 성능을 보여주지만 처음 접하는 운전자에게는 변속 시 '움찔'하는 느낌이 익숙해지기 어렵다.
다소 무거운 스티어링 휠 탓인지 핸들링에서 제법 묵직한 맛이 난다. 덕분에 소형차라곤 하지만 안정적인 조향이 가능하다.
골프는 분명 고급차가 아니다. 같은 값이면 더 크고 넓은 국산 중형차를 살 수 있지만 굳이 골프를 택하는 이유는 감성에 있다. 세련된 얼굴 탓에 비틀과 1세대 골프의 순박한 인상이 많이 희석됐지만 '쉽고 고장 없고 경제적'이라는 태생적인 특징은 여전하다.
일단 스티어링 휠을 잡고 시동을 한 번 켜면 운전을 좋아하는 남성이든 쇼핑용 차량이 필요한 여성이든 한 번쯤 탐낼 법 하다.
'국민차'의 DNA를 가진 이 독일산 오소리의 가격은 3390만원(VAT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