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지표로 삼은 '공정한 사회'가 화두가 되고 있다.
공자는 국가경영의 기본 요소로 식량을 비축하고(足食), 군비와 병력을 확충하고(足兵),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民信)을 꼽으면서, 강병(强兵)과 부국(富國)의 전제 조건으로 신뢰(信賴)를 중시했다.
우리의 경우도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공정한 사회의 바탕이 되는 사회 각 분야의 지도층에 대한 신뢰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신뢰는 거의 바닥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세계가치관조사에서 국회에 대한 신뢰도와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각각 10.1%와 28.8%로 OECD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물질적인 측면에선 선진국 문턱에 바짝 다가섰으나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신뢰 사회 구축에 지름길은 없기에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올바른 교육을 받고 자란 인재가 각계각층에서 올바른 지도력을 발휘한다면 신뢰 사회로 가는 시간은 크게 단축될 것이다.
신창호 고려대 교육학과 부교수는 “신뢰 사회 제고를 위한 교육 시스템의 마련보다 기본과 상식이 지켜질 수 있는 부모의 자녀 교육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신 부교수는 현대 사회의 부모들이 집단 히스테리에 걸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녀 교육에서 국어 영어 수학 등의 학과 공부보다 취미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을 시킨다고 하면 주변에서 믿지 않는다”면서 “그런 불신은 사회가 이미 인성?적성을 살려주는 교육보다 입시와 출세를 위한 교육에 치중돼 있고 현 시대의 부모들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부교수는 신독(愼獨)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신독이란 밀폐된 곳에서도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삼가는 덕목으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믿는 것, 자기 스스로를 믿고 속이지 않음을 뜻한다. 그는 “최근 사회적인 문제가 됐던 외무부 장관의 경우를 들더라도 자신의 딸이 그런 입장이 됐다면 말려야 할 상황이지, 사회적으로 출세하고 높은 지위를 가졌는지 몰라도 그런 사람이 더 가지려고 하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과 같다”고 밝혔다.
신 부교수는 “출세 지향적인 교육을 받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탁월할지는 모르지만 사회에서는 타인을 이해하고 도와주고 나눠주고 협동하는 그런 사람들을 더 필요로 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다른 선진사회가 부정적인 측면에서 욕을 먹긴 해도 이러한 기본적인 상식들이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