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나 신문 지면도 SSM 때문에 벌어진 흉흉한 민심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다. 어엿한 동네수퍼 사장님이었던 40대가 단칸방에 살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SSM 때문에 가게를 수없이 옮겨다녔다는 아주머니의 사연은 눈물을 핑 돌게 만든다.
대기업이 문 닫아 걸은 채 인테리어와 상품 진열까지 마쳐놓고 한밤중을 이용해 몰래 간판을 바꿔 다는 모습은 누가봐도 정당하지 않다. 중소수퍼마켓에 물건을 싸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상생하겠다던 한 대기업의 계획은 5개월여가 지난 지금도 답보상태다. 오히려 상생을 빌미로 중소도매업까지 넘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하반기 국정의 최대 슬로건이었던 ‘상생’과 ‘공정한 사회’는 유통의 현장에서는 헛구호가 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정도다.
대형마트와 납품회사의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다. 하지만 약자인 을에게 있어서도 수억원의 매출이 수십억원이 될 수 있는 기회의 관계이기도 하다. 그게 자본주의의 원리고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삐걱거리지 않고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힘센 갑이 먼저 원칙을 지키고 소통을 주도해 나가는게 중요하다.
얼마전 한 대형마트에 와인을 납품하는 회사 관계자에게 가격 결정 구조 등에 대해 묻자, 어떤 것도 대답해줄 수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제 3자에게도 말못할 상황이라면 서로 마주 앉아 무슨 소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최소한 지역 중소상인들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 지역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더불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입장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생은 시작될 수 있다. 거기에 중소상인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대안이나 지원까지도 약속한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납품업체와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마련도 시급하지만 갑이 을을,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소통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