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각국 통화정책의 초점은 인플레이션이 아닌 환율에 맞춰져 있다. 물가상승 압력이 커져도 통화 절상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있어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미국은 양적완화 2단계를 준비 중이다. 일본은 2006년 2월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한 이후 4년 반 여만에 5조엔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결정했다. 기준금리를 0~0.1%로 내리고 국채와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환율 전쟁이 주식시장에 중요한 이유는 환율보다도 돈이 풀리는 절대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달러를 약세로 가져가기 위해 달러를 찍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지금까지 글로벌 주식시장을 끌어올렸고 10월 초 일본이 양적완화 조치를 동원해 엔화 절하를 유도할 때에도 미국이 치킨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기대로 코스피는 지수 1900을 돌파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시사점이 있는데, 환율 전쟁이 격화될수록 각 국은 경쟁적으로 유동성을 늘릴 수밖에 없고 환율 전쟁은 기축 통화를 찍어내는 미국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고 돈을 찍어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진다는 것이다.
한쪽에서 유동성을 늘리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리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환율전쟁의 양상은 상황이 나빠질수록 주식시장은 좋아지는 사악한 게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환율전쟁의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럽이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있고 미국은 추가 양적완화 규모를 키우지 않아도 된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에 큰 기대를 걸던 주식시장에는 악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