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매 판매의 호조에 힘입어 10월 초까지 잘 나갔던 신세계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는 등 부정적인 평가들에 치우쳐 있어 좀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 라이벌로서 10월 중순과 하순 동반 하락했던 롯데쇼핑이 재차 반등하면서 사상 최고의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신세계는 올해 연초 부터 이어진 소비 심리 회복에 순조롭게 상승해 지난 10월6일 63만원대까지 치솟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4분기 실적 둔화 가능성 및 향후 성장 동력에 대한 증권업계의 부정적인 평가가 잇따르면서 내림세를 걷기 시작해 지난 4일 종가 기준 58만원까지 떨어져 10월초 대비 3.49%의 하락율을 기록했다.
신세계의 약세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3.72% 대비 크게 하회한 것으로 증권시장의 상승 흐름에서 완전히 이탈한 모습을 보였으며, 신세계가 속한 유통업종 지수 상승률 1.89%와 비교해도 부진함을 나타냈다.
반면 유통업계의 영원한 숙적인 롯데쇼핑은 신세계와 비슷한 시기인 10월 초순에 신고가 경신 이후 차익 매물과 세무조사 악재에 약세를 보였으나, 이달 들어 재차 반등해 50만원대를 돌파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롯데쇼핑은 10월초 대비 4일 기준 6.74%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코스피 및 유통업지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 양대산맥인 롯데쇼핑과 신세계의 주가 차별화 이유로 향후 성장 동력의 여부에서 찾고 있다. 롯데쇼핑이 적극적인 M&A를 통해 향후 먹거리 준비에 앞섰고 취약분야로 평가받던 대형마트 부문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면 신세계는 성장 동력의 취약함과 함께 기업형슈퍼마켓(SSM)법 악재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평가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분석 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Fn가이드에 따르면 10월 이후 롯데쇼핑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제시한 26개 증권사 중 '매수' 투자의견을 낸 증권사는 25개사 였으며 '시장평균'이 1개 증권사에 그쳤다.
반면 신세계는 20개 증권사가 분석 보고서를 냈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인 11개사가 '중립'과 그에 준하는 '시장수익률', '보유' 등의 의견을 내놔 신세계의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가 국내 시장에서는 대형마트 1위 체제를 구축했지만 중국시장에서의 뒤늦은 투자와 직접투자 위주의 사업전개로 월마트, 까르푸나 경쟁사인 롯데쇼핑에 비해 네트워크 구축 속도가 늦게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절상추세에 있는 위안화 환율로 투자비 부담이 커지고 지분법손실 규모 또한 커질 수 있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을 통해 전개하고 있는 이익률 높이기 작업은 효율을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SSM 법 처리 가능성은 신세계의 SSM사업 전개에 있어서 부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국내 소매 경기가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어서 꾸준한 이익 창출이 가능하겠지만, 온라인 비즈니스와 창고형 할인점 등 추가성장 동인 탐색의 성과가 단기간에 가시화되기 힘들다"며 "중국에서의 손실이 올해 약 700억원에 이르는 등 턴어라운드도 지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