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이 앞섰던 것일까.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층 빌딩이 되겠다던 국내 랜드마크급 빌딩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층수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건설·부동산 경기 악화로 사업비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행정절차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당초 층수와 높이를 고집하다가는 수익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인천타워’는 당초 계획된 151층에서 102층으로 축소 건설될 전망이다.
4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최근 송도국제도시 6·8공구 개발사업자인 ㈜송도랜드마크시티는 인천타워를 151층에서 102층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변경안을 제시했다.
아직 협의할 부분이 남아있긴 하나 층수 축소에 대한 부분만큼은 인천경제청도 100%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인천타워 준공을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에 맞추려 했으나 침체된 경기와 수요를 감안해 층수를 대폭 낮춰 규모를 줄이기로 하고 개발사업자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내 들어서는 ‘용산 랜드마크 빌딩’도 일찍이 층수를 하향 조정하는 대신 동 수를 3개로 늘리는 쪽으로 계획을 선회했다.
이 빌딩은 당초 설계안에 150층(665m) 짜리 초고층 빌딩의 모습을 갖출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 시행 주체인 드림허브컨소시엄은 지난 9월 사업설명회를 열고 500m(100층)의 메인 타워(랜드마크Ⅰ)와 좌우로 72층(356m)의 랜드마크Ⅱ, 69층(333m)의 랜드마크Ⅲ로 변경한 계획안을 내놨다.
초고층 사업이 이처럼 계획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사업 주체들이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감안하지 않은 채 자존심을 걸고 마천루 경쟁을 펼친 데서 찾을 수 있다.
아울러 막대한 건설비와 그에 따른 수익성 분석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서로 최고의 랜드마크가 되겠다고 열을 올렸다는 지적이다.
제2롯데월드의 시행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물산의 한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은 일반 빌딩에 비해 통상 3배 정도의 건설비가 든다”며 “자금난에 부딪힌 업체가 사업비를 아끼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층수 축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혁 기자 dan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