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정비사업 선도지구 발표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주요 지정단지들은 ‘정중동’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선도지구 지정단지는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일제히 올리면서 직전 실거래가 대비 최소 수천만 원 이상 상승한 가격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도지구 지정 이후 실거래는 뒤따르지 않으면서 실제 가격상승 폭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5단지 한양’ 전용면적 35㎡형 6층 매물은 선도지구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7억9000만 원에 팔렸다. 이는 직전 실거래가인 10월 같은 평형 11층 매물이 7억8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000만 원 오른 수준이다.
또 차기 선도지구 신청 유력 단지의 실거래가 역시 직전 실거래가 대비 하락했다. 지난달 29일 분당구 정자동 ‘상록마을(라이프2차)’ 전용 84㎡형은 14억4500만 원에 손바뀜됐다. 이 단지 같은 평형 역시 직전 실거래가는 7월 15억 원, 8월 14억8000만 원 등으로 지난달 말 실거래가보다 3500만~5500만 원 높은 수준이었다.
아울러 일산에선 일산동구 백석동 ‘백송마을 2단지(대림)’ 전용 58㎡형이 지난달 28일 4억1700만 원에 거래됐다. 선도지구 발표 전인 지난달 3일 거래가격은 4억300만 원으로 선도지구 지정 후 약 1400만 원 올랐다. 지난해 8월과 9월 각각 4억 원과 4억1000만 원에 같은 평형이 거래된 사례와 비교하면 큰 폭의 상승세로 보기 어려운 거래다. 이 밖에 평촌(안양시 동안구)에선 이날까지 실거래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실거래와 달리 선도지구 지정단지 호가는 한껏 올랐다. 이날 기준으로 분당 양지5단지 한양 전용 35㎡형은 최고 8억8000만 원에 시세를 형성했다. 최근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9000만 원이나 비싸다. 분당 내 또 다른 선도지구 단지인 ‘시범 현대’ 전용 84㎡형의 호가 상단은 15억7000만 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달 21일 실거래가 15억 원 대비 7000만 원 오른 수준이다.
또 평촌에선 선도지구 지정단지인 ‘꿈마을 금호’ 전용 101㎡형은 7월 실거래가 12억9000만 원보다 1억6000만 원 치솟은 14억5000만 원에 시세를 형성 중이다. 일산에서도 백송마을 2단지(대림) 전용 58㎡형 호가는 이날 기준 최고 5억4000만 원 수준으로 지난달 28일 실거래가 대비 1억2300만 원 비싸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의 실거래가와 호가 차이와 관련해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렸지만 정작 매수자들은 따라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제시한 2027년 착공 기대감이 사실상 없고, 추가 분담금도 얼마를 부담할지 몰라 매수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실거래가와 호가 격차가 확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1기 선도지구’ 단지들은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추가 공공기여분을 최대치로 높여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여율을 높이면 그만큼 일반 분양 물량이 줄어 사업성이 악화한다. 일각에선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분당에서도 수억 원 규모의 추가 분담금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한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집값 전망에 대해 김 소장은 “이주대책과 사업성 문제 해결 방안이 나오기 전인 만큼 매수자는 굳이 지금 매매에 나설 필요가 없다”며 “불확실성이 걷히기 전까지 1기 신도시 집값은 관망세 속에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