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여만에 급락 이전 수준의 회복세를 보이면서 보유 주식를 매도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07년 하반기 꿈의 코스피지수 2000선 터치 이후 2008년 금융위기로 1100선 초반까지 밀렸던 국내 증시는 지난 5일 장중 1966선을 회복하는 등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했다.
시장 회복과 함께 상장사들의 주가 역시 상당수 급락 이전으로 돌아가면서 매도에 나서는 CEO들이 늘고 있으며, 시장 상승에 소외됐던 일부 상장사 CEO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역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은 지난 5일 GS 보유주식 450여만주(4.86%) 중 0.11%에 해당하는 10만702주를 주당 6만원가량에 장내매도했다고 밝혔다. 허 회장이 보유 주식의 매도에 나선 것은 지난 2006년 9월20일 이후 4년하고도 2개월만의 일이다.
허 회장은 2004년 8월 GS 상장 이후 2005년과 2006년 각 한차례씩 2~3만원대 주가에서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 허 회장은 2007년말 7만원 돌파와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에 1만7000원대까지 추락하는 등 급등락을 겪은 이후 올해 시장 상승과 지주사 열풍 등에 GS주가가 6만원대를 회복하면서 재차 매도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매도일을 전후로 GS의 주가는 사흘 연속 약세를 기록 중이다. GS의 상장 이후 허 회장이 추가로 주식을 취득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번 매도로 GS의 상장 당시 시초가 대비 주당 3만7000원, 37억여원의 차익을 올렸다.
EG의 박지만 회장이 지난달 11일 연고점 경신 이후 같은 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30만주(4.00%)를 장내에서 팔았고, 명문제약의 박방홍 명예회장도 올해 중순 3000원대 이하로 떨어졌던 주가가 3000원 중반까지 오르면서 지난 2일 1만주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지난 2006년 12월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다사로봇의 강석희 대표는 무상신주 취득분을 주가 상승기에 처분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 강 대표는 코스닥 상장 1년 뒤인 7월 무상신주로 65만여주를 배정 받았다.
이후 2008년 1월 동부정밀화학에 25만여주를 장외매도했고 2010년 9월에는 동부정밀화학과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17만여주를 더 팔았다. 또한 양수도 체결 뒤 회사가 동부그룹 계열 동부정밀화학에 편입되면서 주가가 상승하자 10월에 15만주를 두 차례 더 매도했다.
강 대표는 4번의 주식 매도에서 무상신주 취득분에 다소 모자란 57만여주를 팔았고 처분 이익 51억원을 고스란히 챙겼다. 또한 남아 있는 지분 역시 12.28%(73만1484주)에 달해 상당한 평가차익이 기대된다.
반면 이들과는 달리 시장 상승에서 빗겨난 일부 업체의 CEO들은 반대로 추가 매수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니온의 이건영 회장은 지난 7월15일 600주를 시작으로 이달 4일까지 14만여주를 장내에서 주당 평균 8890원에 사들였다. OCI 지분을 일부 보유한 유니온이 저평가 자산주로 부각되면서 지난 5일 종가가 1만2000원대까지 올랐음을 감안하면 이 회장은 이번 취득분으로 4억3000여만원의 평가차익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대표하는 CEO나 임원이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경우 책임 경영 측면에서 호재로 인식돼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있으나, 이러한 상승세는 단기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 기업의 실적과 기업가치 등을 꼼꼼히 따져 투자에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