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분양시장 활황기 ‘불법 브로커’, ‘투기꾼’ 등 부정적인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떴다방’(무허가 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자)이 새로운 이미지로 재해석되고 있다.
장기간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분양시장이었기에 요즘 일부지역에서 목격되는 떴다방의 재등장은 ‘가뭄 속 단비’ 처럼 느껴질 정도다. 최근 떴다방이 모델하우스 앞에 진을 쳤던 단지들은 하나 같이 높은 청약률 속에 분양을 마감하면서 ‘떴다방=대박’이라는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
이달 초 GS건설이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분양한 ‘해운대 자이’의 모델하우스 앞에는 일찌감치 떴다방이 진을 치면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렸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동안 수도권에서 별 재미를 못 본 떴다방 업자들이 부산으로 대거 원정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 자이의 분양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순위 청약에서 587가구 모집에 무려 1만3262명이나 청약을 해 최고 58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청약을 마감했다. 분양권에는 최고 2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최근 LH가 분양한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첫 아파트 ‘퍼스트프라임’에도 떴다방이 몰려 이슈가 되더니, 일반분양 1~3순위와 무순위 청약에서 2.4대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수도권에서는 이례적으로 떴다방이 활동을 했던 남양주 ‘별내 우미린’ 역시 1~3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평균 1.25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이처럼 떴다방이 분양성공의 키워드로 떠오르자 이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달라졌다. 청약자들은 “당첨되면 꼭 연락 달라”며 따라붙는 떴다방 업자들이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청약한 아파트가 꽤 괜찮은 곳이구나’라는 안심 효과를 얻는다. 이는 곧 계약률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모처럼 찾아온 떴다방이 반갑기는 마찬가지. 겉으로는 떴다방 업자들의 활동을 제재하면서도 내심 이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눈치다. 일부 업체들은 “우리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떴다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만큼 투자가치가 탁월하다는 뜻”이라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요즘은 청약자들이 떴다방을 오히려 ‘호재’로 생각하기 때문에 분양결과에 긍적적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