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폐경 예방하려면...
30대 중반의 배주연(37·여)씨는 몇 달 전부터 갑자기 정상적이던 생리 양이 줄고, 생리주기도 불규칙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생리를 하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회사 동료에게 30대 조기폐경이 늘고 있다는 얘기를 접한 배씨는 갑자기 멈춰버린 생리가 걱정이 돼 산부인과를 찾았다. 간단한 검사와 진료를 받은 후 다행히 조기폐경이 아닌 일시적인 생리불순이라는 전문의 얘기에 한시름 놨다. 그러나 배씨는 조기폐경에 직면할까 걱정이 앞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30~40대 조기 폐경 늘어=여성이 나이가 들면서 난소가 노화돼 기능이 떨어지면 배란 및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폐경이다. 폐경기에 접어들게 되면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안면홍조, 발한 등을 경험하게 된다.
더욱이 피로감, 우울, 기억력 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폐경기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대략 50~55세 전후지만 최근에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져 30~40대에 나타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게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남윤성 교수팀이 조사한 연구에서 확인됐다. 60명의 조기폐경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대가 63.3%(38명), 20대에 폐경이 된 경우도 무려 36.7%(22명)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에는 미혼여성도 3.3%(2명) 포함되어 있어 조기폐경의 연령분포는 21세부터 39세까지 평균 30.3세로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폐경이 이른 나이대에 나타나는 것을 바로 ‘조기폐경’이라고 한다. 심한 경우 20대에도 간혹 이런 경우가 발생하므로 젊은 여성들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무월경과 조기폐경, 확실히 구분해야=보통 정상적인 생리 주기를 21~35일 정도로 보는데, 이보다 주기가 짧거나 길어서 생리주기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을 생리불순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정상 생리 주기의 3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이나 6개월 이상 생리가 없다면 이는 무월경에 속하게 된다.
생리불순은 피로나 스트레스, 체중변화 등 여러 원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흔한 증상이지만 만약 이 증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조기폐경의 전조 증상을 의심해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 특히 무월경 증상을 오랜 기간 방치하게 되면 치료시기를 놓쳐 불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언뜻 보면 조기폐경과 무월경의 증상이 비슷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란을 겪는데, 심각한 생리불순이나 무월경 증상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꾸준히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조기폐경 증세가 의심된다면 호르몬 보충 요법을 통해 치료를 받게 되는데, 자궁암이나 유방암 병력이 있거나 혈관색전증, 비정상 자궁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호르몬 요법이 불가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 진료에 따른 치료 방법을 따라야 한다.
◇평소 생활습관 개선이 최선=조기폐경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기폐경의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혈액순환이다. 꾸준한 운동과 체온유지를 통해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게 되면 혈액공급이 원활하게 진행돼 우리 몸의 세포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적절한 하체운동과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또 채식 위주로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을 기르고, 폭식과 과식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좋은 음식은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성질을 지닌 이소플라본 성분이 풍부한 콩류 음식과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다량 함유된 석류가 좋다. 충분한 수면과 편안한 마음가짐도 도움을 줘 과도한 육체적, 정신적인 무리는 삼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강남여성병원 전문의 성영모 원장은 “국내 조기폐경 환자수는 대략적으로 20~30만명으로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조기폐경은 환자의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어 우울증 등 신경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성 원장은 “특히 미혼이거나 결혼을 한 후에도 불임이 되어서 본인과 가족간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조기폐경 증세가 의심될 때에는 즉시 산부인과를 찾아 진료를 받은 후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필현 기자 chop23@
도움말-강남여성병원 성영모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