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 대부분은 이번 연평도 포격에도 정상적인 경영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외국인 투자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리스크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96.3%는 ‘연평도 포격에도 정상적인 경영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투자유보나 사업장 축소 등 비상경영에 착수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3.7%에 그쳤다.
비상경영에 착수하지 않는 이유로 기업의 43.8%는 ‘전쟁 비화 가능성 희박’을 꼽았으며, ‘경제펀더멘탈 등 남한의 월등한 국력’(32.4%)과 ‘북한의 무력도발이 일시적 사건에 그칠 가능성’(19.3%)이 뒤를 이었다.
‘북한의 추가도발 등 안보리스크가 더 고조될 경우, 사업조정을 할 생각인가?’라는 물음에 41.7%의 기업은 ‘사업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답했고, 58.3%는 ‘실질적 사회혼란이 없는 한 사업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업조정 내용으로는 ‘투자유보’(49.6%)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사업장 축소’(33.0%)와 ‘사업장 철수’(17.4%)를 꼽았다.
대한상의는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북한리스크를 어느 정도 감안하고 한국에 진출해서인지 최근의 북한도발에 대해 별다른 경영상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도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되, 큰 동요없이 의연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북 사업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68.4%가 ‘개성공단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이 투자를 보호해 주더라도 진출할 의사는 없다’고 답한 기업이 82.7%에 달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또 중국의 투자매력도를 100점으로 했을 때 북한의 투자매력도는 37.4점으로 매겨 중국의 3분의 1정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투기업 국적별로 살펴보면, 일본과 중국에서 온 기업들이 각각 46.2점과 44.6점을 준 반면, 미국․유럽기업은 33.3점, 30.2점을 줘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그나마 북한투자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투자매력도에 이같이 낮은 점수를 준 이유로는 ‘불안정한 경제․대외개방 정책’(37.1%)을 가장 많이 들었고, ‘낮은 구매력’(28.2%), ‘SOC 등 열악한 기업환경’(11.1%)의 차례대로 꼽혔다
‘북핵폐기나 한반도평화 정착 시 북한의 투자매력도’를 묻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52.7%의 기업이 ‘중국보다 못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답했으며, ‘중국과 비슷’하거나 ‘중국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란 응답도 각각 12.9%, 11.7%나 됐다.
이에 대해 상의는 “이같은 외투기업들의 응답은 북핵폐기와 시장개방 시 우리 정부의 대북지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입장에서도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는 외자유치가 절실한데 군사적 행동보다는 시장개방에 따른 투자유치가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추가도발 방지를 위한 역점과제로 ‘국론통합과 국방태세 확립’(40.0%), ‘미국 등 관련국들과의 국제공조 강화’(31.3%)를 주로 지적한 반면, ‘대화와 협상’(23.1%), ‘대북지원’(5.6%) 등의 유화책 비중은 낮게 나왔다.
또 북한리스크가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안정적 경제성장’(38.6%)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고, 다음으로 ‘해외홍보 강화’(33.6%), ‘확고한 대북억제력 천명’(18.1%) 등을 들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조사 결과 우리 경제가 북한의 도발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북한리스크로 금융시장 등이 잠시 출렁거릴 수는 있겠지만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