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후보군 및 매각방식에 관심 쏠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한통운을 매각한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16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통운 지분 23.95% 전량에 대한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는 17일부터 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요 채권단과 대한통운 지분 매각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지난 2007년 법정관리 중이던 국내 물류 1위기업인 대한통운을 인수한 지 3년만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그룹 주력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라며 “금호P&B화학과 금호개발상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소량의 지분까지 포함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한통운의 실제 대주주인 산업은행(대우건설이 대한통운 지분의 23.95% 보유)도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대한통운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내일부터 매각 시기와 방법 등을 아시아나항공과 상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재무구조 개선 위한 ‘제 살 도려내기’
대한통운은 금호아시아나로 인수된 지 3년밖에 안됐지만 그룹의 대표계열사 역할을 해왔다.또한 대한통운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과 물류 인프라는 가치를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그룹 재무구조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통운의 매각 가격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지분(546만4507주, 23.95%)을 16일 종가(9만2800원)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가치는 5071억원 가량이다.
대우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23.95%의 지분 등을 합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할 경우 대한통운의 매각가격은 1조3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아시아나와 산업은행측은 인수당시 주가(17만1000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매각을 희망하고 있지만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대한통운에 대한 애착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대한통운보다는 그룹 전체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특히 부채가 2조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한통운 지분을 쪼개팔아봐야 재무구조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량매각이라는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 포스코ㆍ롯데ㆍGS 등 인수후보로 꼽혀... 삼성이 가장 큰 변수
대한통운 매각이 결정됨에 따라 대한통운의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에서는 포스코, 롯데, GS그룹 등을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는 최근 증권가에 대한통운 인수설이 나돌면서 대한통운 주가가 급상승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게 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인수전에 참가한 한진그룹과 CJ그룹도 인수후보군으로 꼽히지만 각각 물류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물류계열사를 추가로 인수할 경우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재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이뤄진 인수ㆍ합병(M&A)를 살펴보면 동종업계로 넘어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부회장이 막대한 현금보유력을 바탕으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과 금호아시아나의 대한통운 인수당시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던 점을 미뤄볼 때 인수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로는 삼성그룹의 참여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이 물류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실제로 삼성SDS를 중심으로 물류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고순동 삼성SDS 대표가 신사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임원인사에서 물류전문가인 김형태 부사장이 승진된 점도 삼성이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