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이재용'ㆍ공개형 '정의선' 차세대 뉴리더 차별화된 행보

입력 2010-12-23 11:23 수정 2010-12-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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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전반 경영 머지 않아 보폭 더 넓힐 것

차세대 한국 재계를 이끌어 갈 투톱으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42)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40)의 서로 다른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재용 사장은 ‘은둔형’으로 삼성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사업을 뒤에서 지원해주는 서포터 역할을 한다면, 정의선 부회장은 해외 모터쇼 등 공식 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면서 경영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것.

이 사장은 사장 승진발령 이튿날인 지난 4일 이탈리아의 자동차 제조업체 A사 경영진을 서초동 삼성본관으로 초청해 오랜 시간 미팅을 가졌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주요 고객으로, 삼성SDI는 최근 보쉬와 합작설립한 SB리모티브를 통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장은 또 최근 중국정부로부터 쑤저우 LCD 공장 설립 승인을 얻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지난 2월말 최지성 부회장, 삼성생명 박근희 사장(당시 중국 삼성 사장) 등과 함께 베이징을 찾아 중국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면담한 데 이어 10월에도 시 부주석을 만나 삼성의 중국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17일에는 LCD 담합문제로 삼성전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던 시기에 대만 방문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이처럼 이 사장은 대외적인 공식활동보다는 삼성전자의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한 서포터 역할에 비중을 두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브랜드나 기술력으로 이루지 못한 계약 체결도 이 사장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이뤄 낸 사례도 있다는 것이 고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반해 정의선 부회장은 적극적으로 대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현대차그룹 차기 총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 시절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을 영입,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을 주도하며 기아차 실적을 대폭 개선시키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그의 대외활동은 더욱 활발하다.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모터쇼에서는 직접 프리젠테이션했으며, 지난달 G20 서울 정상회의에 앞서 의전차량 지원식에 직접 모습을 나타냈다. 또 지난 20일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현대차그룹의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 100억원을 직접 전달키도 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주요그룹들이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것은 관례처럼 돼있지만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최근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현대차그룹에 대한 좋지 않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동이라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정 부회장은 기아타이거즈 구단주와 대한양궁협회장 등 체육계 인사로서도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나이를 감안할 때 이재용, 정의선 두 명의 오너 자제들이 그룹경영은 물론 한국경제를 이끌어 갈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 사장이 사장 승진 원년이나 다름 없는 내년에는 경영보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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