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에 휘둘렸다고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시장 안정화 정책을 위해 내놓은 보금자리주택이 가격 하락뿐만아니라 거래 시장마저 침체하게 만들면서 부작용이 속출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강남과 서울 인근 지역에 그린벨트를 풀고 반값 아파트라 불리는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쏟아내자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미루며 시장이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다. 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이 거래를 미루자 아파트 가격은 속락한 반면 전세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이 속출하며 친서민 정책을 펼쳤다고 자신했던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에만 몰두하던 정부는 시장 침체로 거래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8.29대책으로 불리는 거래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이 정책의 핵심은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의 한시적 폐지다. DTI규제를 받지 않는 대상자를 한정하고 있지만, 수도권 전체 가구 중 무주택 또는 1주택자가 91%인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가구가 이 조치의 수혜 범위 안에 든다고 할 수 있다.
또, 연말 종료 예정이던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2주택 50%, 3주택 이상 60%) 완화 제도의 일몰 시한을 2년 연장해 6~35%의 일반 세율을 적용하고 취·등록세 50% 감면 시한도 올해 말 끝나기로 돼 있었으나 1년 늘렸다. 국토부는 이조치로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량이 8월 8만1000건→9월 9만건→10월 12만4000건→11월 17만5000건 등으로 늘어 대책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8.29 대책을 통해 수도권 저소득층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4900만원에서 5600만원으로, 3자녀 이상 가구는 6300만원으로 늘리고 대출 기간을 연장할 때 가산하는 금리도 0.5%에서 0.25%로 낮췄다.
도시형 생활주택 1만5000가구도 공급하고 전세 수요를 분산시키려 재개발·재건축은 속도 조절하도록 했으며 국민주택기금의 전세 자금도 5조7000억원 확보했다. 게다가 주거 취약계층의 매입·전세임대 지원 대상을 쪽방이나 비닐하우스 거주자에서 고시원, 여인숙 거주자로까지 확대하고 저소득층 대학생에게도 매입임대를 배정하는 조치도 취했다. 영구임대 관리비를 40% 낮춰주고 같은 국민임대에 살더라도 최저소득계층에게는 임대료를 차등 부과하는 친서민 정책도 내놨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대거 공급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판단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확산되면서 실수요자들은 집을 사는대신 전세를 찾았다. 정부가 전세대책을 내놨지만 전세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이유다. 내년에도 이런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보금자리주택으로 촉발된 부동산 시장 침체가 민간 건설사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마지못해 보금자리주택 공급속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정책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보금자리지구 축소와 민간건설사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3차 보금자리지구 사전예약 물량을 80%에서 50% 이하로 축소했다. 여기에 민간 건설사가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구 내 민영주택 공급 비율을 25%에서 상향조정하는 한편 85㎡ 이하를 짓는 것도 허용했다.
사전예약을 위례신도시(3월), 2·3차 지구(5월, 11월)에서 시행해 3만6000가구를 공급했으며 분양 아파트에 한정했던 사전예약 물량도 10년 임대나 분납 임대 아파트로 확대했다. 대신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으면 일정기간 거주하도록 의무화했다.
국토부는 내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집값 보합세가 유지되면서 거래량은 점차 늘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내년 3월 말 한꺼번에 종료되는 8.29대책의 각종 규제 완화는 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 또는 중단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보금자리주택은 계획대로 21만가구를 공급하되, 3차 지구인 광명시흥·성남고등과 4차 지구의 사전예약 여부 및 물량·시기도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탄력적으로 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