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기업들의 신흥국 이전에는 적지않은 위험이 따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종합연구소(NR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신흥국 진출에 앞서 몇 가지 리스크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계속되는 엔화 강세로 실적이 악화함에 따라 중국·인도·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고성장이 기대되는 신흥국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 업계에서는 중국과 태국에서의 연구·개발 거점을 대폭 증강하거나 마케팅센터를 신설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혼다는 내년부터 인도에서 90만엔짜리 저가차를 투입할 계획이다.
제조업뿐 아니라 소매나 소비자 금융·주택·건설·물류·인재파견 등의 업종에서도 해외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의류업체인 군제는 중국에서 소매 사업에, 스미토모상사도 중국에서 의약사업에 본격 참여한다.
NRI는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아시아 신흥국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 신흥국은 물·철도·전력·환경도시 조성 등 방대한 인프라 수요가 예상되는데다 연소득 5000~3만5000달러의 중간 소득층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도·ASEAN 국가의 중간 소득층 인구는 2009년 10억8000만명에서 2020년에는 23억70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NRI는 분석했다.
또 임금 인상이 계속되면서 인도·베트남·방글라데시에 비해 임금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센카쿠 열도에서 발생한 중·일 선박 충돌 문제를 계기로 ‘차이나 리스크’가 부상, 중국에서의 어려움을 늘리고 있다고 NRI는 지적했다.
NRI는 중국 이외의 국가 진출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인도나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이미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
또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가 팔리지 않는다는 점도 기업들의 고민거리다.
따라서 현지 요구에 맞는 상품을 현지에서 개발, 생산, 판매하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거액의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NRI는 조언했다.
이 같은 여건을 만족시킬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차치하더라도 중소기업들은 안이하게 신흥국 붐에 편승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현지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이나 업무·자본 제휴 등을 포함해 아시아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중기적인 해외 전략과 가능성을 연구한 후에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NRI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