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태커 와인 서재인테리어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물어 가는 인쇄매체의 대명사인 종이책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전했다.
와인이 꼽은 최고의 서재테마는 2000권의 크림색 양장본 장서다.
일년전 캘리포니아 지역의 한 사모펀드 매니저로부터 서재 인테리어 의뢰를 받은 와인은 당시를 회상하며 “2000권의 크림색 양장본 서적을 모으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게다가 영국문학의 대표적인 소설가인 윌리엄 새커리부터 해양 소설가인 조세프 콘래드까지 다양한 저자의 책을 양가죽이나 염소가죽의 표지로 구하기는 더욱 힘들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제목이 아예 없는 표지의 책을 주문하는 의뢰인도 있다.
마이애미에 위치한 유명 스파 운영자는 2000권이 넘는 책표지를 제목이 보이지 않게 흰색 종이로 감싸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고객들이 마사지를 받기 전에 기다리는 공간인 라운지를 서재로 꾸미되 편안함을 강조하기 위해 무채색의 책표지를 요구했다고 그는 전했다.
컨텐츠를 까다롭게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라스베거스의 한 카지노 운영업체는 ‘범죄의 도시 테마(Sin City Themes)’로 1000권이 넘는 도서를 카지노 곳곳에 배치하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뉴욕의 알렉산드라 햄튼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인터넷의 발달로 독서량이 줄어들면서 미적인 측면에서만 서재를 꾸미는 부류가 늘고 있다”면서도 “아날로그적인 책에 더욱 애착을 느끼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업계 역시 디지털 미디어시대에 종이책만이 줄 수 있는 효용가치를 극대화하기에 나섰다.
책인지 예술품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편집과 기획이 하나로 어우러진 고가(高價) 책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메릴랜드에 위치한 명품책 서점인 원더북의 척 로버츠는 "북디자이너부터 부동산 개발업자, 웨딩플래너까지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가 명품책 구입에 대한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명품책은 일반적인 종이책 시장의 파이를 늘리기 보다 특권층의 수요만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앤 맥 JWT뉴욕 마케팅 팀장은 “가상현실이 발전할 수록 종이책은 일종의 장식소품으로 변모되고 있다”며 “명품책 시장은 맨하튼의 부유층들의 기호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