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정부 압박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MB정권 취임 초기부터 정부의 물가관리 정책으로 속앓이를 해왔던 업체들이 원재료값이 두배 이상 폭등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동결은 물론 가격인하에 까지 울며겨자먹기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포장 두부 시장점유율 1·2위 업체인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은 설을 앞두고 일부 제품의 평균가격을 각각 5.5%, 7.7% 인하했다.
풀무원식품은 설날을 앞두고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오는 25일부터 ‘통째로 콩한모’ 등 6종의 두부 제품에 대하여 가격을 평균 5.5% 인하한다. 지난해 12월 풀무원은 콩 도매가 상승에 따라 두부 제품 50여종의 가격을 평균 20%, 최고 27% 인상한지 한 달만에 가격을 내린 것이다.
풀무원과 비슷한 시기에 두부 제품의 평균 가격을 19% 올렸던 CJ제일제당도 풀무원의 발표 직후인 이날 오후 총 10종 중 6개 품목에 대해 두부값을 평균 7.7% 인하한다고 밝혔다. 풀무원보다 2.2% 인하폭이 크다.
캔커피값도 인하한다. 동서식품은 오는 17일부터 맥스웰 캔커피의 가격을 출고가 기준 평균 10% 인하한다고 12일 밝혔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0월 캔커피 값 2종에 대해 6.8~11.9% 올렸다
풀무원 관계자는 “설날을 앞두고 최근 생필품 가격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 가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일부 품목의 가격인하를 결정했다”며 “콩값 상승으로 인한 제조원가 부담이 크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지 않고 내부적으로 안고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식품업체들의 동시다발적인 가격인하를 놓고 업계에서는 정부의 설명절 전 물가정책에 따른 압박에 식품업체들이 백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농림수산식품부 고위관계자가 설 연휴 전에 두부와 커피 가격을 다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압박성(?) 언급이 나온 직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식품과 생필품 업계의 담합 여부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자 업체들이 백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에는 농식품부에서 식음료업계 임원들을 불러 모아, 설을 앞두고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등 물가 관련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가 전방위에서 업체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정부 압박에 식품업계는 원가 상승에 대한 손실을 자체적으로 감내해야 돼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식품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라 대놓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권 초기부터 식품업체에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라며 “MB 정부의 기업관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압박이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경호 동서식품 홍보실장은“금번의 가격인하로 경쟁이 치열한 커피음료 시장에서의 캔커피의 수요를 진작시키고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혀 정부의 압력에 의한 가격인하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