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톱의 길-日本에 묻다] 조선 ②

입력 2011-01-17 15:51 수정 2011-01-3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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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선형 개발이 경쟁력

대우조선해양이 한국 조선기술의 우월성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지난 12일 세계 최대 규모의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를 성공적으로 건조하고 명명식을 가진 것이다.

우리 조선업계는 발주량 감소와 중국 조선사들의 맹렬한 추격이라는 양대 악재에도 불구, 기술로 위기를 넘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4대 대형 조선사들의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 등은 지난해 346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선박수출실적도 498억달러(한화 약 55조4000억원)로 사상 최대였다.

올해는 수주목표 509억달러(한화 약 56조6000억원)를 달성해 수주 기준 세계 1위를 탈환한다는 기세다.

그러나 과거 우리가 일본을 추격했듯, 중국의 한국 조선산업에 대한 추격은 기세등등하다.

중국은 원가경쟁력과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세계 조선산업 맹주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이나 조금이라도 방심하게 되면 곧바로 다른 국가나 기업에게 ‘톱’의 위치를 내줄 수 밖에 없는 것이 글로벌 경영현장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톱’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과거 일본기업들의 전략과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조선 산업은 세계 전체가 단일 시장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주요 조선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일본, 중국, 유럽을 모두 합쳐도 고객이 200여개사에 불과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또 기계·철강·화학·전기·전자 등 다양한 산업기술이 적용되는 종합 조립산업이며 해운·수산·레저 등 후방산업에 대해서도 큰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다.

특히 선박 건조에서부터 기자재에 이르기까지 고용창출 효과가 높고 생산단가가 높아 수출기여도와 외화가득률이 높다는 특성도 지닌다. 한국은행의 상위 6대 산업 수출 비중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조선업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10.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일본에게 뺏은 왕좌 중국에 넘겨주나= 영국의 해운·조선 시장조사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1월 기준 중국이 건조량과 수주량, 수주잔량에서 모두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중국은 건조량에서 164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해 1450만CGT에 그친 우리나라를 따돌렸다. 수주량 역시 1400만CGT로 1090만CGT의 한국보다 앞섰으며, 수주잔량도 중국 5290만CGT, 한국 4530만CGT로 역전됐다.

지난 2009년 1550만CGT로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던 건조량에서 조차 중국에 밀린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09년에도 수주량과 수주잔량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으나 건조량은 1250만CGT에 그쳐 한국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조선소별 수주잔량 순위에서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울산), STX조선해양 등이 1~4위를 독식했지만 중국도 상위 100개 조선소 중 45개가 이름을 올리며 맹추격하고 있다.

세계 1위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를 호령하던 우리 조선업계가 과거 유럽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던 일본과 같은 길을 걸으며 몰락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 일본을 돌아보면 길이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게 조선 산업의 왕좌 자리를 내주고 세계 3위로 밀려났지만 아직도 세계 조선 시장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 1970년대 용접공법을 앞세워 유럽이 지배하던 조선 시장을 제패했다. 리벳공법보다 생산성이 3배 가량 높은 새로운 공법으로 기존 공법을 고수하던 유럽을 제치고 선박 건조 시장을 장악한 것. 반면 유럽은 낙후된 공법과 잦은 노동쟁의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면소 조선왕국이란 명성을 잃었다.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 조선 산업 역시 1990년대 들어 빠르게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0년대 본격적으로 조선 산업이 성장한 한국이 일본을 앞지르게 된 계기는 새로운 선형에 대한 요구였다. 1990년대 들어 컨테이너선이나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새로운 선형 개발에 소홀했던 일본을 추월할 수 있었다.

김징완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한국의 조선산업-세계시장 제패의 비결과 향후 전망’ 강연에서 한국 조선 산업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한국이 우수한 기술인력을 확보해 LNG선, FPSO 등 고부가가치선, 고기술선에 역량을 집중한 데 비해 일본은 중형 컨테이너선, 표준선 등을 중심으로 건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 조선 산업이 한국에 1등 자리를 내준 것은 설계 인력의 대량해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1973년 1차 석유파동으로 선박 수요가 70% 이상 감소하자 일본은 표준선의 설계가 완성되고 신형선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설계인력을 대량 감축했다. 이로 인해 지난 1990년 컨테이너선 및 LNG선의 수요 급증에 대응할 수 없었다는 것.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 경쟁업체들보다 5~10배 많은 설계인력을 투입해 새로운 선형을 개발하고 품질을 높여나가는 데 주력했다.

이 위원은 “한국 조선업체들은 지난 2~3년간의 극심한 조정기간 동안 설계인력을 전혀 해고하지 않고 오히려 채용을 늘렸다”며 “예상보다 장기적인 주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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