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재정이 나란히 위험 수위에 달하면서 국가 부도위기설이 재차 부상하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6일(현지시간) 반기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 정부의 재정적자가 1조4800억달러(약 1648조원)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CBO는 작년말 의회가 8580억달러의 비용이 드는 전 소득계층에 대한 감세조치 연장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연방정부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해 재정적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12년 재정적자는 1조1000억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의 재정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채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BO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0년 62.1%에서 2020년에는 76.2%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에는 97%로 1947년 이래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결국 오바마 정권이 재정적자 감축에 실패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국정연설에서 국가안보 부문 이외의 정부 재량지출 부문 예산을 5년간 동결할 뜻을 밝혔다.
여론은 재원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고 정치적 지지를 얻지는 못해도 증세방안 등 어려운 선택에 대한 공론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S&P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하면 최고 신용등급인 ‘AAA’에서 강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일본의 재정도 미국과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일본 재무성은 26일 국채와 차입금, 정부 단기증권을 합한 국가부채가 2011 회계연도말까지 997조7098억엔으로 사상 최악을 경신해 1000조엔대(약 1경3607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10년도보다 54조6036억엔 증가한 수준으로, 재정 악화의 심각성을 재차 인식시켰다.
갓난 아기까지 포함해 국민 1인당 783만엔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내역별로는 국채가 790조엔, 차입금이 53조엔, 정부가 환율 시장 개입 등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정부단기증권 153조엔 등이다.
2011년도 예산은 사상 최대인 92조4116억엔으로 잡혔다. 법인세 수입이 급감한 영향으로 세수가 40조9000억엔에 그친 반면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비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사상 최대였던 2010년도와 거의 같은 규모인 44조3000억엔어치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
오는 3월말 끝나는 2010 회계연도의 국가부채는 943조1061억엔으로 처음으로 900조엔을 돌파할 전망이다. 국민 1인당 740만엔꼴이다.
간 나오토 정부는 2년 연속 부채가 세수를 웃도는 비상 사태가 이어짐에 따라 향후 조세와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율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요청에 의해 지난해 말 12년만에 법인세율을 40%에서 35%로 낮췄다.
그러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추가 인하가 통과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