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사태로 중동은 물론 국제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친미 성향의 호스니 무라바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하면서 미국의 중동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오전부터 워싱턴 백악관으로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을 필두로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리언 패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이집트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이번 안보ㆍ외교 분야 최고위급 긴급회의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전화로 참가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지속됐다.
몇 시간 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데 대해 백악관이 긴박한 행보를 보이며 미국의 초조함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민주화에 거스르는 무바라크 대통령을 비호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뒷받침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온 무바라크 대통령을 버리기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1979년 이슬람권 국가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국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등 지난 30여년간 중동지역 평화의 구심적 역할을 해왔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30년 전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암살당한 뒤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30년간 장기집권을 이어왔다.
무바라크 정권은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입김을 발휘할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그동안 무라바크 대통령을 통해 유지된 미국의 중동정책에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시위로 비교적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었던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면 미국의 대(對) 이집트 정책은 물론 중동 정책까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