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한동우 내정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첫마디였다. 지난해 9월부터 5개월간 끌어온 신한사태를 지켜봐온 그의 첫마디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사실 28년간 봉직했던 ‘신한맨’으로 경영진의 갈등으로 야기된 신한사태를 보는 것은 괴로웠을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신상훈 전 사장이 사직하고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면서 양 측간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으나 다시 갈등이 재현되면서 금융당국의 개입 압력은 신한의 문화를 훼손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달초 신한금융을 향해 “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고 경고했다.관료출신인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가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신한금융 특별위원회가 차기 회장 후보를 추대하는데 있어 신한금융 특유의 문화를 살리고 경영진 갈등으로 발생한 내분을 막기 위해선 내부 인물이 적임자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조직 안정화를 통해 임직원의 사기진작 등 리딩뱅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신한은행장으로 선임된 서진원 행장 역시 신한 내부출신으로 조직의 안정화를 위해 선임된 ‘구원투수’이다. 서 행장은 현재 경영진들의 권력다툼으로 얼룩진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화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내정자는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생명 보험 부회장을 지낸 ‘신한맨’이다. 특히 신한생명의 흑자 전환과 지주사 편입을 이끌어내면서 오늘의 신한생명을 만들어 낸 산파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 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71년 한국신탁은행에 입행한 것을 시작으로 은행권에 몸담았다. 이후 신용보증기금 생활을 거쳐 1982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현역 시절 종로지점장, 인사부장, 종합기획부장, 개인고객본부·신용관리 담당 부행장을 거쳐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2007~2009년에는 부회장을 맡아 지금의 부서장급 중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내부사정에 밝다. 이 점이 한 내정자의 가장 큰 장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 내정자와 경합을 벌였던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받긴 했지만, 지금의 신한을 만든 공과에서 한동우 전 부회장에게 밀린 것으로 관측된다.
한 내정자도 면접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한사태를 수습하려면 내부후보가 외부후보보다 낫다”며 다른 후보들과 차별성을 강조했다.
또한 ’리딩뱅크’ 유지를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한 내정자가 은행에서 일했을 때는 오랫동안 융자관련 업무를 담당해 여신 분야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끊임없는 기획 아이디어로 여신 관련제도 개선을 주도했으며 국내 금융풍토에 적합한 심사기법을 도 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신한생명 사장 취임 전인 2001회계연도에 121억원에 불과했던 신한생명의 순이익 규모를 2006년도에 1236억원으로 5년 만에 열 배로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기간 총자산도 1조6000억원대에서 6조4000억원대로 급증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05년에는 1990년 신한생명 창립 후 처음으로 주주 배당을 실시했고, 같은 해 지주회사 편입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는 등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한 내정자는 평소 “인간적 경영과 윤리 경영의 토대 위에서 성과주의 경영이 접목돼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지니고 있으며, 개인보다 시스템이 작동하는 조직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한동우 신한금융 차기 회장 내정자 이력
△부산(1948년) △부산고 △서울대 법학과 △한국신탁은행 입행 △신용보증기금입사 △신한은행 입행 △기획조사부장 △종로지점장 △종합기획부장 △인사부장 △이사 △상무이사 △개인고객부·신용관리담당 부행장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