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는 금융시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시스템중의 하나이다. 또한 그 정상적인 작동 여부가 금융시장, 특히 채권시장의 효율성을 좌우하기도 한다.
국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그룹도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자회사로 신용정보사를 운영하면서 신용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신용정보를, KB금융지주는 KB신용정보를 자회사로 갖고 채권관리에 나서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에는 우리신용정보가, IBK기업은행 금융그룹에는 IBK신용정보가 편입돼 있다.
이는 국내건 해외건 간에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신용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화두에 오르내리면서 한국신용평가, 한신정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정보(평가)사의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평사의 신뢰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것”이라며 “신평사가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평가를 한다고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A사에 대해 신평사에서 ‘AA’ 평가를 받았지만 시중은행에서 평가를 했을 때는 그보다 등급이 낮은 ‘A’나 ‘BBB+’ 등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개인신용평가 역시 B씨가 신평사에서 3등급을 받았다면 은행에선 이보다 낮은 4~5등급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개인신용평가시 같은 기준을 놓고 평가를 하더라도 그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신평사들이 엄정하고 세밀하게 평가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느슨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는 시중은행은 대출(여신)부문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평가인 만큼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지만 신평사는 신용등급을 매기는 기업에게서 수수료를 받는 이해 상충의 문제가 있다는 점 때문에 평가를 느슨하게 해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거래기간, 연체기록 등 자사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추가로 평가요소에 반영하기 때문에 신용등급평가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제한적”이라며 “신평사들의 신뢰도가 도마에 오르는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신용평가, 한신정평가, 한국기업평가가 각각 3분의 1씩을 차지하고 있는 과점 체제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