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민생고와 시장혼란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월세상한제, 이자제한법, DTI 규제 완화 등 ‘양날의 칼’과 같은 ‘쟁점 법안’에 그 어떤 대답도 내놓질 못하고 있다. 여야 간 이견차도 문제지만 특히 여권의 해법 부재는 책임정치의 실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 시장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는 실정이다. 예측 가능한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정치권이 4.27재보선 손익계산에만 몰두하면서 ‘민생’의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
DTI규제…부동산시장 장기침체 불보듯
한나라당이 3월 말로 종료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수도권 일부지역에 적용하고 있는 DTI 규제 완화를 폐지하자니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규제완화를 연장하자니 가계부채 부담이 클뿐더러 선거를 의식한 포풀리즘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융회사 건전성을 위해 DTI 규제를 다시 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부동산시장 위축문제를 상쇄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 등은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DTI 규제완화 조치를 연장하면 가계부채가 더 크게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 하에 종료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아울러 부동산 거래 부진의 보완책으로 9억원 이상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의 취득세 감면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규제완화의 연장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더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규제의 완화 연장과 부활을 놓고 당 안팎에서 이견이 엇갈리면서 당 정책위원회는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상태다.
한나라당 서민주거안정 태스크포스(TF) 최구식 의원은 당정협의에서 “DTI를 완화한 상태에서도 전세대란 등 문제가 불거지는데 다시 규제하면 서민피해가 클 것”이라며 “취득세도 당에서 반대하고 있다”고 규제를 해야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부동산시장이 막 살아나고 있는 현재로서는 DTI 규제완화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도 제기됐다. 최삼규 건설협회 회장은 “주택수요가 전세로 전환되면서 전셋값이 뛰고 있다”며 “DTI 규제완화를 연장해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당이 잘못 판단했거나 4·27재보선 등을 의식한 포풀리즘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22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판단을 잘하고 있는데 당에서 좁은 시각으로 보는 것 같다”며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올라가고 물가도 치솟는 상황에 가계부채 부담이 늘면 금융기관 등의 건전성이 다시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1주택 이상자 등 고소득자에게는 상관없겠지만 저소득층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성식 의원도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은 가계의 부실 대출을 누적시킨다”며 “당장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을 쓰기에는 우리의 부동산 현실이 너무 엄중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