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패턴과 함께 럭셔리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자들이 소비를 통해 자신의 부를 자랑하고 싶어했다면 이제는 제품의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럭셔리 소비자들의 구매는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상징적인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했다.
최근에는 제품의 실제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밀튼 페드라자 럭셔리인스티튜트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의 구매가 과거와는 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들은 훌륭한 디자인과 서비스를 원하며 이와 동시에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제품을 원한다”고 말했다.
팸 댄지거 유니티마케팅 대표는 “부자들은 여전히 많은 돈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들의 소비 의지에는 구조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자들은 더욱 현명해지고 돈의 가치를 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니타마케팅은 순자산 기준 미국 1200대 부자를 대상으로 분기마다 서베이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럭셔리산업은 불황을 타지 않는 업종이다.
90억원짜리 아이폰의 주문이 밀리고 42억원짜리 핸드백이 없어서 못 판다.
스마트폰과 핸드백 가격으로는 상상하기도 힘든 돈이지만 이런 제품은 실제로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단지 가격만 비싼 것이 아니라 제품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업체별로는 고가 휴대폰업체 베르투의 판매 추이에 주목할 만하다.
베르투는 경기침체가 한창이던 2009년 40%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
노키아의 자회사인 베르투는 수백만원에서 수억원대의 제품을 한정 생산해 부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영국 디자이너 스튜어트 휴즈는 스마트폰 열풍을 몰고 온 애플의 아이폰을 보석으로 감싸 최고 500만파운드에 팔고 있다.
스튜어트 휴즈의 아이폰은 옆면에 500여개의 다이아몬드를 둘렀으며 홈버튼에는 7.4캐럿의 핑크 다이아몬드를 배치해 ‘부자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화기로는 엄청 비싸지만 고유성과 보석의 가치를 감안하면 그만한 ‘값’을 하는 셈이다.
돈이 있는 곳에 돈이 몰리는 법.
불황과 함께 부자들의 소비 패턴에 변화가 오기는 했지만 럭셔리산업은 끄덕없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로 출렁인 지난 2009년 럭셔리업계의 매출은 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23% 감소한 것과 비교한다면 양호한 수치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어느 정도의 재산이 있다면 경기침체가 소비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셈이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코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0년 글로벌 럭셔리업계의 매출이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 대표기업 LVMH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9%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