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계열사 꼬리자르기ㆍ도덕적해이 대처
모기업의 ‘후광’으로 살아남았던 일부 부실 대기업 계열사의 구조조정 및 퇴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이 이달부터 시작되는 기업 신용위험평가 때 ‘모기업 지원계획서’ 등을 제출하지 않는 대기업 계열사에는 가점을 주지 않기로 하는 등 심사를 강화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효성그룹과 엘아이지(LIG)그룹 등의 부실 계열사 ‘꼬리 자르기’에 허를 찔린 시중은행들이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번주부터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2000여개와 시공능력 300위권 내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에 착수한다. 시중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신용위험평가를 끝내고 5~6월 중에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은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평가기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그동안 모기업의 ‘지원 각서’만 제출해도 ‘C’등급(워크아웃)을 받을 대기업 계열사에게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이상을 줬지만 올해부터 구체적인 지원 계획서 없이는 가점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후광효과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개별 기업의 신용도를 중심으로 평가할 계획”이라며 “일부 은행들은 올해부터 무조건 가점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 중 모기업의 지원계획서 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권 대출 등에서도 ‘모기업 후광’은 사라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에 대해서는 대출 편의 등을 제공해왔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화된 신용평가를 통해 부실기업이 양산되면 은행 부담 또한 만만찮아 혹독한 구조조정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나면 쌓아야 할 충당금도 대출금의 0.5%에서 20%로 크게 늘어난다”며 “따라서 은행들이 얼마나 강력한 신용평가를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