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대형화 방지를 위한 저축은행간 지분 매입 제한 문제를 두고 금융당국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산 계열 5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이후 저축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몸집을 불린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지분 매입 제한 부활을 시사했지만 저축은행 매물이 쏟아지면서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이다.
6일 저축은행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이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합병(M&A)할 수 없도록 하는 저축은행간 지분 매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저축은행 경영 건전화 방안에도 이 내용은 빠져 있다.
금융위는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부실 저축은행 M&A 상황을 지켜보면서 관련 사안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계열화의 문제는 인정하지만 혹시 모르니 여지는 남겨두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 타이트하게 규제를 둘 필요가 없다”라며 “저축은행 M&A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대책 발표 때 관련 내용이 빠졌는데 앞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8개 저축은행의 잇따른 영업정지 사태 이후 저축은행 부실화 방지를 위해 저축은행간 지분 매입 제한을 검토해왔다. 저축은행이 다른 저축은행의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인수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안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의 부실화 원인으로 대전·전주저축은행 등 부실 저축은행을 무리하게 M&A하고 계열사의 자금을 모아 리스크가 높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한 점이 지적된 데 따른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달 초 국회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으며, 저축은행간 지분 매입 제한안도 검토 내용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말 저축은행 규제 완화 차원에서 폐지된 저축은행간 지분 매입 한도 제한의 부활을 시사한 것이다. 규제 폐지 전 지분 매입 한도는 15%였다.
저축은행권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저축은행간 M&A 제한 방안에 저축은행들이 반대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간 M&A를 장려했다가 갑자기 이를 금지하겠다고 하고 다시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하는 데 대한 정책적 일관성의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 인수건은 대부분 당국이 주선한 것이기 때문에 M&A 제한 규제로 곤란해진 쪽도 저축은행이 아니라 당국”이라며 “이 규정을 고치면 결국 부실 저축은행 매물을 대형 저축은행에 떠넘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국에서 발을 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