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출 혐의로 고발된 부산저축은행그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11일 박연호(61) 회장 등 대주주와 주요 임원 등 모두 1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 등은 특정업체에 한도를 초과해 대출하거나 규정을 어기고 본인, 가족 등 대주주에게 대출하도록 지시해 상호저축은행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금 회수가 어려운 줄 알면서도 대출을 지시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있다.
구속영장 청구 대상에는 불법대출에 직접 관여한 혐의가 드러난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 김태오 대전상호저축은행장 등 계열은행 대표, 은행그룹 감사 전원, 부산1·2저축은행 실무책임자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이들의 영장이 발부되면 이달 말까지 구속 상태에서 주요 피의자를 심도 있게 조사해 혐의사실을 확인하고 다른 비리도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5개 은행(부산저축은행, 부산2저축은행, 중앙부산저축은행, 대전상호저축은행, 전주상호저축은행)과 경영진·대주주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 주요 피의자 소환조사를 통해 불법대출 내용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동안 7조원대에 달하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대출 가운데 부실 부분을 선별해 구체적인 대출 경위를 파악해 왔다.
검찰은 불법대출과 함께 프로젝트파이낸싱(PF, 특정사업을 담보로 대출해주고 사업수익금으로 대출금을 돌려받는 금융기법) 등을 이용한 무리한 사업확장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출신 금융관료나 임직원들이 은행 사외이사나 감사로 영입된 것과 관련해 이들이 로비 창구로서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자산 규모 1조4천억원대로 업계 5위에 머물러 있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은 2006~2008년 서울, 대전, 전주의 저축은행 3곳을 차례로 인수하며 자산 10조원대의 업계 1위 은행으로 급성장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중수부·부산지검)을 시작으로 지난달 16일 보해저축은행(광주지검)과 도민저축은행(춘천지검), 18일 삼화저축은행(서울중앙지검)을 잇따라 압수수색해 전국적으로 동시다발 수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