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후 총 4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비롯해 매년 10억원 안팎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제주의료원이 요양병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제주의료원 관계자는“최근 10년간 적자에 허덕이다 결국 요양병원 전환을 결정했다”며“노조와 인력 구조조정 문제만 해결되면 조만간 (요양병원) 전환을 마무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는 모두 34개의 지방 의료원이 있다. 이중 제주의료원이 일반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요양병원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지방의료원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향후 일반병원들의 요양병원 전환이 잇따를 전망이다.
그렇다면 일반 병원들은 왜 요양병원 전환을 추진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MB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때문이다. 즉, MB정부는 수익을 내는 의료원에만 예산을 지원해 주고 있다.
따라서 지방 의료원들은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수익 극대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노인성 만성질환에 대한 장기요양 수요가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요양병원 전환을 통해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료원의 요양병원 전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노총 이재훈 정책부장은 “단순히 수익만을 고려해 요양병원으로 전환한다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환자의 경우 의료 혜택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 전환은 지방의료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경기도의 한 개인병원은 예전 만큼의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자 요양병원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노인환자 수요가 많은 요양병원이 수익 제고에 더 도움이 된다”며“병원의 누적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요양병원으로 진출하는 전문의들의 숫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대형병원에서 자리를 유지 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개인병원 개원도 쉽지 않은 의사들이 새로운 돌파구로 요양병원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0년 전문과목별 전문의 현황을 보면 현재 요양병원에서 활동중인 전문의는 1955명으로 이는 2010년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전문과별로 보면 가정의학과 460명, 내과 305명, 외과 276명, 재활의학과 221명, 신경과163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부인과 전문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2007년 62명에서 2009년 92명으로 2년간 30명이 늘었고, 최근 1년사이 46명이 요양병원을 택했다. 2000여명의 전문의중 7%가 넘는 138명이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 소지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약 60~70%가 여성 환자의 질염이나 자궁탈출, 부정질출혈, 골다공증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며“산부인과 전문의가 요양병원에 기여하는 점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