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종료되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 유동성 공급)가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에 여의도 증권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6월 금융시장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 양적 완화 종료를 꼽았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삼성증권이 지난달 31일 주최한 글로벌 투자포럼에서 세계경제와 주식시장의 4대 변수로 양적완화와 유럽 재정난, 원자재값 인상, 중국 부동산 거품 등을 거론했다.
특히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양적완화를 지적했다.
그는 "Fed가 이자율을 낮게 유지하며 긴축으로 돌아서지 않겠다고 했지만, 6월 말 2차 양적완화가 종료되면 말을 바꿀 것"이라며 "그 후 국채 등을 서서히 팔고 내년 봄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그렇게 되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들어온 돈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슬라미'가 생긴다"고 경고했다.
슬라미는 느리다는 뜻의 '슬로(slow)'와 지진해일인 '쓰나미(tsunami)'를 합성해 손 교수가 만든 신조어다.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끝나면 그동안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던 투자자금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빠져나갈 것이라는 의미다.
국내 전문가들도 글로벌 유동성이 바뀌면 국내외 경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HMC투자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양적 완화가 종료되면 당장 출구전략을 세우지는 않겠지만, 상품시장 거품을 제기할 만큼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던 당국의 정책기조가 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은 크게 달라진다"며 "이 우려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6월 금융시장은 정책변화에 기초한 유동성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2차 양적 완화가 끝나면 유동성 모멘텀이 약해지고 출구전략이 어떤 형태로든 전개되면 미국경제의 회생은 지연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금융위기 이후 급부상한 정부의 힘은 끝나지만 민간의 힘이 경제 회복의 축으로 형성돼 한국 수출에는 좋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출구전략은 부담이지만, 아직은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