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일 삼성과 결별하고 단독법인명으로 출발한 홈플러스가 15일 삼성물산의 홈플러스 잔여지분 전략 매각을 결정함에 따라 완전한 홀로서기에 나서게 됐다.
그동안 ‘삼성’ 타이틀을 거머쥐고 성장해온 홈플러스가 과연‘삼성효과’를 버리고 독자 브랜드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홈플러스(옛 삼성테스코) 잔여 지분 328만3200주(5.32%)를 전량 매각키로 결정했다.
지난 3월 ‘삼성테스코’ 주식회사 법인명을 ‘홈플러스 주식회사’로 변경하면서 삼성물산과의 지분관계는 예고되어 왔다.
삼성테스코는 지난 1999년 삼성물산 유통사업부와 영국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가 5대 5합작으로 설립했다. 지난해 10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업계 1위인 이마트, 3위인 롯데마트와 삼각구도를 형성한데에는 ‘삼성’의 효과 컸다는 게 업계 측 분석이다.
테스코의 지분이 늘고 삼성물산 지분이 상대적으로 계속 줄어들었지만 홈플러스는 삼성물산과 '삼성' 브랜드 사용 계약을 꾸준히 연장해 왔다.
재계 1위인 '삼성'의 브랜드 효과를 누리기 위한 전략적 조치였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역시 삼성물산 유통사업부문 대표이사 출신이며, 회사 중역도 삼성 출신이 많다는 점은 회사성장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왔다.
이번 지분 매각은 '삼성' 을 버리고 독자 브랜드로 홀로서기에 나설만큼 '홈플러스'가 성장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지분이 정리되면서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인 영국 테스코가 94.68%의 지분을 소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업계에서는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을 공격적으로 벌이고 있는 홈플러스가 그동안 '상계동 SSM 폭력사태' 등 부정이슈에 시달려왔는데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 이미지까지 떠안게 돼 기업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적인 유통업체 월마트와 까르푸가 유독 국내시장에서는 고전하고 결국 철수한 점을 비추어볼때 홈플러스가 갖게 되는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 이미지는 회사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홈플러스는 법인명을 변경할때 '삼성' 뿐만 아니라 '테스코'까지 뺐다. 외국계 회사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특히 영국 테스코가 현재 홈플러스에 경영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가져가고 있는 점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결국 영국 본사만 배가 부르고 있는 형태"라며 "외국계 대형유통업체에 인식이 부정적인 국내에서 홈플러스가 독자 브랜드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이미지 쇄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외국계 유통업체 이미지를 없앴던 '삼성효과'가 컸다"며 "1위 이마트를 바짝 뒤쫓고 있지만 오히려 3위 롯데마트에게 밀려날 가능성도 무시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