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주주들 끝까지 맞선 우리은행

입력 2011-06-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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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사의 산 증인 우리은행]②고난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우리은행 전신인 대한천일은행의 상호명을 조선상업은행이라고 강제로 바꾸고 경영권을 제약했다. 사진은 1930년대 대한천일은행 등이 위치했던 은행가 남대문로 입구.(우리은행)
우리나라 최초의 민족은행인 우리은행은 고난의 일제 강점기를 보냈다. 대한천일은행은 조선총독부에 의해서 강제로 조선상업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상호명이 바뀌었고 민족은행의 전통성을 희석시키고자 하는 조선총독부로부터 경영권을 비롯한 많은 제약과 규제를 강요받았다.

예컨대 1924년 8월 조선상업은행과 당시 부실은행이었던 조선실업은행의 합병은 일본에 의해 계획적으로 이뤄졌다. 조선실업은행은 일본계 은행으로 전후 공황으로 영업 성적이 부진했고 부실대출의 문제가 심각한 은행이었다. 일본 입장에서는 조선실업은행이 그 규모나 위상에 있어 중요한 은행이었기 때문에 합병을 추진함으로써 조선상업은행을 일본인 은행으로 전환시키고 경영위기에 빠진 일본계 은행을 구제하고자 한 것이다. 당시 두 은행은 자본금에서는 거의 비슷했으나 영업점포수, 예금, 대출에서는 조선상업은행이 조선실업은행을 압도하고 있었다.

일본인 상공인이 조선총독부의 지원 아래 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조선은행이 합병 실무를 맡고 조선총독부는 각종 편의를 제공해 합병이 성사됐다. 조선상업은행 한국인 주주들은 주주총회에 불참하고 임원진 백상규와 배동혁 등은 사표까지 제출하며 조선실업은행과의 합병을 반대했다. 그러나 이들은 경영권을 박탈당했으며 은행장에 전 총독부 재무국장이었던 와다 이치로가 선임되는 등 임원진의 상당수가 일본인으로 바뀌면서 경영권이 일본인에게로 넘어갔다.

조선상업은행과 조선실업은행과의 합병 성공으로 조선총독부는 은행 합병의 전면에 나서게 됐고, 조선상업은행은 소유와 경영 양면에서 일본인 은행으로 변했다. 조선상업은행의 본점도 광통관(현재 우리은행 종로지점)에서 규모가 작은 조선실업은행 본점으로 이전하게 됐다.

우리은행 역사의 또 다른 줄기인 ‘한일은행’의 전신인 조선신탁주식회사와 조선무진주식회사는 각각 신탁업과 무진업의 전담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1918년 조선은행법이 개정돼 신탁업무라는 영업과목이 추가되면서 은행의 신탁업이 태동됐으며 조선식산은행령에도 신탁업무가 규정됐다. 1931년 영세한 신탁회사의 난립과 취급신탁업무의 복잡한 표기 등으로 신탁관계 법령의 정비가 요구돼 조선신탁업령이 제정, 시행됐다. 1932년 조선은행과 조선식산은행을 중심으로 한 ‘조신신탁주식회사’가 설립됐고, 여러 신탁회사를 흡수, 통합함으로써 유일의 신탁회사로 신탁업을 독점하기에 이르렀다.

무진업은 1922년 4월의 조선무진업령과 5월의 동시행규칙이 제정된 뒤 전국 각지에 무진회사가 설립됐다. 1931년 6월에 조선무진업령과 그 시행규칙을 대폭 개정해 지나친 경쟁을 억제하고 군소회사의 난립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1932년 이후 신규면허를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1936년에는 무진업령과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해 회사간 합병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결과 무진회사가 줄어들고 마침내 조선중앙무진회사만 남고 모두 없어졌다. 조선중앙무진주식회사는 1942년 9월 조선무진주식회사로 재출범해 해방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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