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ELW(주식워런트증권) 부정거래 수사 과정에서 국내 주요 증권사 12곳의 대표이사들을 줄소환하면서 업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삼성, 대우, 우리투자, 신한금융, HMC투자, 키움, 현대 등 12개 증권사 사장들을 줄소환,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모증권사 대표이사는 해외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귀국하는 길에 바로 소환, 사무실이 위치한 여의도가 아닌 서초동으로 직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다른 증권사 대표이사는 오랜 시간 ELW 부정거래를 방조 또는 묵인했는지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이같은 수사에 대해 증권업계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LW 업무와 관련된 임직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대표이사까지 소환조사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이사(등기임원)이라는 직책이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특정 증권사 대표이사가 직접 개입한 혐의가 없는 상황에서 ‘일단 불러서 조사해보자’라는 악습이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검찰의 ELW 부정거래 관련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번에 소환조사된 대표이사들에 대한 기소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이 대표이사들에게도 책임을 묻고 기소로 이어진다면, 증권사 대표이사들이 무더기로 법정에 서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업계는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스캘퍼에게 전용 전산망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이어졌던 관행이었을 뿐 증권사가 시세조정이나 불공정행위를 주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증권사들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178조에 규정된 ‘양벌 규정’을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벌규정이란 증권사 직원이 불공정행위에 가담했다면 소속 법인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전용선 제공과정에서 금품수수가 이뤄졌다면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전용선 제공을 불공정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한 법적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확증이 없는 상황에서 증권사 대표이사까지 소환하는 것은 기업경영활동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검찰이 증권사 대표이사들에 대한 무더기 기소를 하게 되면 검찰과 증권업계간의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사회’건설이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을 동원해서 군기잡기식으로 변질되는 듯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고 씁쓸함을 나타냈다.
한편 검찰은 금명간 ELW 부정거래와 관련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철근 기자 c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