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마케팅전략이 중소 두부업체를 고사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정호 서울경기두부류및묵류제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40여년간 두부업에 종사해왔다”며 “그런데 대기업이 마케팅전략이라는 것을 가져오면서 어려워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 이사장은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유기농 콩을 강조하면서 시장을 잠식했다”며 “당시 콩은 가만히 놔둬도 잘 자라는 종목으로 유기농과 비유기농의 차이가 무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콩은 뿌리혹박테리아를 통해 열매를 맺는 특성을 갖고 있다. 비료를 아무리 많이 줘도 열매가 늘지 않고 오히려 잎만 커진다는 게 노 이사장의 설명이다.
유기농 콩을 강조하면서 두부 가격만 상승했다. 더군다나 대기업이 포장두부를 내놓으면서 불필요한 투자가 이뤄졌다. 노 이사장은 “대기업은 고가의 가격정책을 구사했다”며 “고급스런 이미지를 만들어 시장을 장악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뒤로 대기업은 심층수 콩, 무소포제 등을 강조했다. 자신들의 제품은 소포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소포제를 사용한 두부는 건강에 해로운 것처럼 홍보했다.
노 이사장은 “대기업은 100% 자사 공장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라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생산한 것을 판매하면서 대기업의 제품이 뛰어난 것처럼 알려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대기업의 횡포 가운데 원가계산 방식도 따졌다. 노 이사장은 “대기업은 OEM 기업을 선정하면서 원가를 가져오라고 지시내린다”며 “이 때 대부분 원가를 보여주지 않지만 원가를 공개하는 기업이 있을 때 그 기업과 거래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거래를 시작한 중소기업은 현재 매출은 늘었지만 순이익은 형편 없다는 게 노 이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실제로 부산에 있는 D제조사는 대기업 식품업체에 납품하고 있지만 재무상태는 부실해졌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OEM업체가 되면 하청업체 길들이기에 들어간다는 게 노 이사장의 시각이다. 그는 “대기업은 위생검사를 실시하면서 점수를 매긴다”며 “점수가 부족하면 이를 보완하라고 요구하는데 1000만∼2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OEM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 두부업체들은 ‘1+1 행사’를 두려워한다. 그동안 벌어들인 자금을 행사 때 잃을 수 있어서다. 노 이사장은 “행사 때 OEM업체에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것을 주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잡아먹고 성장하는 것 같다”는 격앙된 표현을 썼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요구대로 투자를 하면 대기업은 연명할 정도의 물량만 요구하기 때문에 OEM 기업은 언젠가는 죽게 돼 있다”고 푸념했다.